"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스스로 최면을 걸었어요." 중증 장애인(뇌병변 3급)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공직 입문 19년 만에 6급으로 승진한 이재영(48)씨.
부산 해운대구청 행복나눔과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이씨가 부산대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전문요원(별정직 7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것은 1990년이었다. 이씨는 동료들보다 업무처리 시간이 3~4배나 더 걸리지만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혼자 해내고야 마는 '악바리'로 통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8,000가구, 1만3,500명을 관리ㆍ지원하는 업무를 맡아 현장을 확인하고 복지수혜 대상을 넓히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쏟아왔다. 일이 느리다 보니 퇴근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고 더러 휴일도 반납해야 했지만 책임감과 성실로 신체 불리를 극복해왔다.
구청은 사정이 어려운 복지대상자들을 찾아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안에 대해 가족처럼 상담해주고 지원해준 이씨의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신애 팀장은 "남보다 힘들 텐데 내색 한 번 없이 항상 밝게 일하고 장애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청에 근무하기 전 5년간 한국뇌성마비 복지회 부산지회에서 일하면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수익사업과 청년회 조직구성, 소식지 발간 등의 경험을 쌓았었다. 이씨는 2006년부터 장애인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승진 소식에 모시고 있는 노모(75)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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