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확정했다. 본예산의 세수감소분 보전과 시급한 일자리 및 민생 대책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대체로 예상된 수준이다. 그래도 구체적인 내역의 적절성이나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등 국회 심의과정에서 따져볼 대목은 적지 않다. 정부의 속도전 주장과 야당의 효율성 잣대가 잘 어울려 국민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효과는 극대화하고, 후유증에까지 눈이 미치는 결과를 낳기 바란다.
전체 추경 규모 중 순수 재정지출은 17조7,000억원으로, 저소득층 생활안정(4.2조)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3.5조) 중소ㆍ수출기업 자영업자 지원(4.5조) 지역경제 활성화(3조) 미래대비 투자(2.5조) 등 일자리와 관련된 5개 분야에 집중된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 규모는 2012년까지의 감세분까지 포함하면 67조원대로 GDP의 7.4%에 이른다.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되고 민간의 자율적 회복동력이 크게 약해져 재정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추경안이 원안대로 확정되고 차질 없이 집행되면 연간 2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성장률도 예상보다 1.5%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계산의 근거가 불투명하고 예산의 집행ㆍ전달 체계도 도처에 구멍이 뚫려 있어 액면대로 믿기 어렵다. 보다 큰 문제는 정부가 물량공세와 속도전에 의존한 단기효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실업대란이 사회불안으로 커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지만, 그럴수록 긴 호흡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GDP의 3~5% 수준인 주요 선진국을 훨씬 뛰어넘는 재정지출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위협 받고 과도하게 돈이 풀리는 것도 잘 헤아려야 한다. 올해만 해도 적자국채 발행액은 37조원에 이르러 국가채무가 GDP의 40%를 넘보게 된다. OECD 회원국 평균(75.4%)에 크게 못 미친다지만 재정규율은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비상 처방이 필요한 때이니 야당의 접근방식도 달라야겠지만 어디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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