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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유탄맞은 충무로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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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유탄맞은 충무로 '서스펜스'

입력
2009.03.2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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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개봉 예정인 미국영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의 추정 수입가는 10만 달러. 지난해 수입 당시 영화계가 예상했던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0만 관객 동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등, 개봉과 함께 미국 제작사에 지급할 돈이 늘어나면서 손익분기점은 관객 15만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돼온 고환율에 영화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화수입사들이 환차손을 입으면서 외화 개봉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으며 수입 포기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면 좋은 외화 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최신작 '걸어도 걸어도'는 4월 극장에 걸릴 예정이었으나 엔고 유탄을 맞으면서 6월로 개봉이 잠정적으로 미뤄졌다. 국내 수입사가 개봉과 함께 지급해야 할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사들은 외화를 수입할 경우 대부분 개봉할 때 대금의 50%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수입 시점과 개봉 시점의 예상 손익분기점이 환율에 따라 춤을 춘다. 영화사들이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대금이 다 지급됐다 해도 필름 프린트 값도 따로 내야 하는데 환율이 올라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환율 상황을 봐가며 수입 영화들의 개봉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봉 시기를 늦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해외보다 개봉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법 다운로드 피해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환차손이 아주 크지 않으면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환율에 따른 외화 개봉 회피는 수치로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외화는 총 56편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관객을 찾은 외화는 39편으로 17편이나 줄어들었다(영화진흥위원회 통계).

외화 개봉이 줄어들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영화도 있다.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와 8년 만에 재개봉한 '타인의 취향' 등은 대타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 상영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충무로에서는 최근의 고환율 피해는 국내 수입사들의 제살깎아먹기 식 수입 경쟁이 빚은 결과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보통 다른 나라는 1년 후 개봉할 영화까지만 수입하는데 한국은 2년 정도 뒤까지 보고 수입을 결정한다"며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감독과 배우 이름만 보고 싹쓸이 식으로 수입 결정을 하니 위험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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