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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본격 수사/ PK출신 정·관계 주요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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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본격 수사/ PK출신 정·관계 주요 타깃…

입력
2009.03.25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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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의 윤곽이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자신의 지역기반인 부산과 경남지역 출신 정ㆍ관계 인사들을 금품살포의 주요 타깃으로 삼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한테서 모종의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23일 체포된 박정규(6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남 김해 출신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과 김해에서 기업활동을 한 박 회장에게는 3년 터울 고향 후배인 셈이다.

검사 출신인 박 전 수석은 변호사 개업 이후인 2004년 2월 민정수석에 발탁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인연으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변호사와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박 회장과는 동향이라는 점 말고도 '연결고리'가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2004년 초~2005년 말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밝혀, 구체적인 청탁 내용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제2차관 역시 경남 남해 출신으로, 박 회장은 장씨가 2004년 5월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선거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건넸다. 앞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정욱(열린우리당 후보)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한나라당 후보) 전 김해시장 등과 마찬가지 경우로, 박 회장이 지역 유력인사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박 회장의 '인맥 그물'에 걸린 지역 인사는 이뿐이 아니다.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는 조만간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지역구 의원을 지내며 박 회장과 '30년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의장(현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은 "정계은퇴 후 박 회장이 연구원을 후원하고 싶다고 해 후원금만 받았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박 회장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이 고향인 천 회장은 사석에선 박 회장과 '의형제'로 통할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천 회장은 박 회장과 친구였던 자신의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박 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쌓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천 회장은 2006년 박 회장이 농협에서 휴켐스를 인수할 때부터 최근까지 휴켐스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산과 경남지역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박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산발 사정'의 회오리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지역 기업인의 부정부패가 이번 수사의 핵심인 만큼, 여야 구분 없이 원칙대로 성역 없이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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