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ㆍ29재보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가 여야를 넘나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만큼 이젠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재보선의 승패도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만 보자면 여야 중 어느 쪽이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을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에겐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된 것이, 민주당에겐 친노 핵심인 이광재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서갑원 원내 수석부대표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부담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전ㆍ현직 여야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 중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부패 정당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재보선 승리를 일궈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예상대로 검찰 수사가 친노 진영과 386 정치인들에 맞춰질 경우 민주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였던 만큼 참여정부의 핵심축이었던 이들에게도 적잖은 후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미 부산ㆍ경남 지역 출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만으로도 민주당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곳곳에서 나오는 노건평씨의 이름이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고,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렇잖아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귀를 둘러싼 내홍으로 재보선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리 정당의 이미지까지 덮어쓸 수 있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가 "야당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연일 철저한 수사를 강조할 만큼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번 재보선이 전체적으로 여권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권 핵심인사의 비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다면 재보선 성적표는 낙제점에 그칠 수밖에 없다.
친박 인사의 연루설이 드러날 경우 음모론과 맞물려 자칫 당내 고질병인 친이ㆍ친박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것이고, 친이 인사의 이름이 나온다면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겐 어떤 식으로든 박연차 리스트 자체가 악재임에 분명하다. 다만 승패가 분명한 선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어느 쪽이 상처를 덜 받은 채 선거를 맞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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