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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은행, 미국·영국이 주도하던 시대는 갔다/ 중국 1~3위까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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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은행, 미국·영국이 주도하던 시대는 갔다/ 중국 1~3위까지 싹쓸이

입력
2009.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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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이후 10년 가까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의 지위를 유지하던 씨티은행이 46위로 추락했다. 반면 10년 전 이름조차 낯설었던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은 나란히 세계 1~3위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9년 이후 시가총액 상위 은행의 부침을 분석한 특집기사에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전통적 금융산업의 중심을 변화시키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10년 전인 99년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은행에 미국 은행이 11개, 영국 은행이 4개를 차지해 영ㆍ미 계열이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었다.

하지만 2009년 현재 20위권에 들어있는 미국 은행은 4개, 영국 은행은 1개로 줄었다. 그나마 영국 HSBC는 영국보다는 아시아 신흥국을 주요 활동 무대로 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을 것 같았던 씨티은행은 금융위기 발발 2년 만에 46위로 추락했다. 10년 전 4위였던 영국 로이드 TSB는 지난해 영국 최대 모기지은행 HBOS를 인수하는 최악의 경영 실수를 저지른 끝에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사이 개발도상국 등 금융산업 주변부 국가는 눈부시게 약진했다.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이 상장 2, 3년 만에 세계 최대은행 자리를 휩쓸었다. 호주와 브라질 은행의 약진도 눈에 띈다. 10년 전 세계 50위권 은행이 한 개도 없던 브라질은 18위 이타오은행을 비롯해 3개 은행이 50위 안에 들었다. 호주 역시 10년 전 1개에서 지금은 14위 웨스트팩은행 등 4개가 50위권에 올라섰다.

금융감독 및 규제제도가 잘 갖춰진 국가의 은행이 선전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금융 리스크 관리를 엄격히 유지하는 캐나다는 10년 전 50위권 은행이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은 캐나다왕립은행(10위) 등 5개나 있다.

과거 10년 동안 금융권이 최고의 경영목표로 삼았던 합병을 통한 공격적 성장도 실속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총액 면에서 10년 동안 자신의 위치를 성공적으로 유지한 것처럼 보이는 영국 HSBC의 경우 2007년 10월 시가총액이 2,340억달러에 달했으나 현재는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 전 뱅크원, 체이스맨해튼, JP모건, 워싱턴뮤추얼 등 4개 금융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1,750억달러였지만 이들 4개 은행을 모두 합병한 JP모건체이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가 되지 않는다. 무리한 양적 팽창이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고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운 것이다. 전세계 금융권의 손실과 자산 상각 규모는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FT는 "향후 은행들은 정부의 리스크 관리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소형화, 전문화, 지역화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며 은행산업이 과거 10년 같은 호황기를 맞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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