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돌이 태극전사'와 '일본의 자존심'이 정면 충돌한다. 승리하는 쪽은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지는 쪽은 패배의 고배를 들어야 한다.
'바람돌이 태극전사' 이용규(24ㆍKIA)와 '일본의 자존심' 스즈키 이치로(36ㆍ시애틀)가 24일(한국시간)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톱 타자 전쟁을 벌인다. 몸값, 이름값, 이력서 등 모든 면에서 이치로가 몇 수 위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용규가 훨씬 낫다.
2라운드부터 주전을 꿰찬 이용규는 지난 18일 일본전과 22일 베네수엘라전에 톱타자로 출전했다. 이용규는 두 경기 모두 1회 첫 타석에서 살아나간 뒤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이용규는 18일 다르빗슈 유(니혼햄)에게 좌전안타를 뽑은 뒤 2루 도루에 이어 김현수(두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이용규를 앞세운 한국은 1회에만 3점을 뽑으며 승부를 갈랐다. 이용규는 22일엔 카를로스 실바(시애틀)에게 볼넷을 얻은 뒤 5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번 대회 이용규의 성적은 8경기 14타수 4안타(타율 0.286) 2볼넷 1몸에 맞는 볼 2도루 4득점. 특히 이용규는 삼진은 1개밖에 안 당했을 정도로 정교한 선구안을 뽐냈다. "우리 타자들은 공을 잘 고르는 강점이 있다"는 김인식 감독의 발언은 이용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대회 들어 이치로는 전혀 이치로답지 않다. 이치로는 8경기에 모두 1번 타자로 나갔지만 38타수 8안타(타율 0.211) 1도루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치로는 볼넷을 단 한 개도 고르지 못했을 만큼 선구안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이치로의 부진에 일본 언론들은 "이치로 때문에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한다면 '전범'이 될 것"이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아무리 안 맞는다고 이치로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이치로를 꽁꽁 묶어야 승산이 있다. 지난 7일 아시아 라운드 때 대패도 이치로를 잡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결승에서 한국은 이치로의 공격적인 성향을 역으로 이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용규는 "국제대회 때는 경기 전엔 약간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오히려 즐겁고 힘이 난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뿐"이라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캘리포니아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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