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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MVP 주희정 "기쁘기보다 괴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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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MVP 주희정 "기쁘기보다 괴롭네요"

입력
2009.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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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대행의 "축하한다"는 짧은 축하인사에 제자는 "죄송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제자는 "내년에는 고참으로서 팀을 더 잘 이끌겠습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감독은 또 다시 "다 잊자"라고 짧게 내뱉을 뿐이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 평생에 한번 받을까 말까 한 운동선수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도 제자는 기쁘지 않았다.

2008~09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로 선정된 주희정(32ㆍ안양 KT&G)의 소감 첫 마디는 "좋기 보다는 괴롭습니다. 가슴이 메이고 아픕니다"였다. 기쁘고 행복해야 하는 날, 주희정은 마치 큰 죄라도 지은 사람 마냥 "죄송합니다"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라고만 몇 번씩 되뇌었다.

주희정은 정규리그 MVP 기자단 투표에서 총 투표수 86표 중 53표(66.3%)를 획득해 2008~09시즌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2위 함지훈(15표ㆍ울산 모비스)을 멀찌감치 따돌린 완승이었다.

프로에 데뷔한 1997~98시즌 원주 나래(현 동부)에서 신인상, 2000~01시즌에는 서울 삼성에서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던 주희정은 자신의 세 번째 소속팀에서 정규리그 MVP까지 거머쥐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김주성(동부) 양동근(모비스)에 이은 KBL 통산 세 번째 대기록이다.

주희정은 올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8분37초(전체 1위)를 뛰며 15.1점 4.8리바운드 8.3어시스트(1위) 2.3스틸(1위)을 기록했다. 정규경기 통산 최초로 4,000어시스트와 6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주희정의 압도적인 활약은 KBL 출범 이후 최초로 6강 플레이오프 탈락팀에서 MVP가 배출되는 이변으로 이어졌다.

KT&G는 정규리그 마지막 날 아쉽게 6강 경쟁에서 탈락했으나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29승(25패)을 올리는 호성적을 거뒀다. 주전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잇달아 전력에서 제외됐지만, 주장인 주희정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시즌 마지막까지 눈물겨운 투혼을 보여줬다.

주희정은 "큰 딸 서희(4)가 팀은 떨어졌지만 아빠는 꼭 1등(MVP)을 하라며 격려해줬다"며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돼 어시스트와 스틸 등 포인트가드 부문에서는 누구도 깰 수 없는 대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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