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검찰 수난사'가 시작될까. 민유태 전주지검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두 차례 골프를 쳤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옴에 따라 '박연차의 검사들'에 대한 본격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부산에서 재직했던 검찰 간부들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사업가 A씨의 진술에 따르면 민 지검장은 2006년 정산 컨트리클럽에서 박 회장, A씨 등과 골프를 치고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
2004년 또는 2005년에도 이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A씨 진술을 감안하면 민 지검장은 늦어도 2004년부터는 박 회장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2004~2006년은 참여정부의 전성기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박 회장의 위세가 드높던 시절이다. 민 검사장은 1990년 박 회장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을 때 담당 검사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민 지검장은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대통령 측근과의 잦은 만남이 순수하게 이뤄졌다고 볼 여지는 적다. 더구나 "모든 비용을 박 회장이 계산했다"는 A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민 지검장은 사실상 박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소액의 '용돈' 명목이라도 금품을 받았다면 감찰이 아닌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다. 민 지검장이 대검 중수부 1,2,3과장과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쳤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둘 사이에 박 회장 본인이나 핵심 386 인사들의 수사와 관련한 여러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여하에 따라 이 부분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검찰 간부들의 이름이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부산 지역에 부임하는 정부 기관장 및 고위 간부들에게 극진한 '예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이름이 오르내리는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부산 지역을 거쳐간 인물들이다. 민 지검장 역시 1988년과 99년 부산에 근무했다. 자칫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장 이상급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기소 됐던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과 2001년 '이용호 게이트'의 치욕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검찰은 그 동안 검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여야 인사들을 무더기로 수사해야 할 검찰이 내부 인사들만 봐줬다가는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들과 관련해) 아는 사람이 더 무섭고 독하게 수사한다"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의 호언장담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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