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휴먼뉴딜, 메뉴만 좋으면 뭐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휴먼뉴딜, 메뉴만 좋으면 뭐하나

입력
2009.03.25 00:03
0 0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어제 중산층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및 미래성장동력 기반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휴먼뉴딜' 플랜을 내놓았다. 기존 '녹색뉴딜'이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중ㆍ단기적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휴먼뉴딜은 가계와 개인의 위기 대항력을 높여 사회경제적 완충지대인 중산층을 크게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공감 가는 정책발상과 취지와 달리, 추상적 실천계획만 나열된 데다 추진주체와 수단은 모두 과제로 남겨둬 또 하나의 구호로 그칠까 우려된다.

발표에 따르면 휴먼뉴딜의 핵심 정책방향은 경제위기의 희생양이 돼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가구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패자의 중산층 재진입을 지원하며,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해 미래 중산층을 육성하는 등 크게 3가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직업교육ㆍ훈련 강화, 지식형 1인 창조기업 육성 등 일자리 유지 및 창출 지원을 통해 가구 소득을 높이는 한편 가구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ㆍ교육ㆍ의료비를 경감하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휴먼뉴딜의 골격을 마련하면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중산층 대책을 모델로 삼고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 자문을 거친 점이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는 '강한 중산층, 강한 미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의 95%를 중산층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태스크 포스를 꾸려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려 몰락한 중산층을 복원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미국의 재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역점을 둔 사교육비 경감 문제만 하더라도 구체적 처방은 전혀 없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휴먼뉴딜에 대해 시의적절한 출발이라고 평가했다는데, 과거 서랍에서 이런 정도의 그림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자리 대책과 인적자본 투자 등 나머지 방안들도 정책백화점 선반에서 이것저것 긁어 모아 짜깁기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중산층 육성에 눈을 돌린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내용보다 말이 앞서면 정책신뢰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