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님, 산신령님! 서울 땅에 오구쌍대(100~200년 된 산삼) 육구만달(최소 200년 이상 된 산삼)이 넘쳐 나게 해주소서."
서울 한복판인 중구 남산에 때 아닌 산삼심기 행사가 열렸다.
산삼심기 단체 '농심마니' 회원과 시민 등 200여 명은 22일 오전 10시 남산 팔각정 일대에서 산삼 씨를 받아 야생 산악지대에 뿌려 키운 산양산삼의 묘삼(3~5년근) 2,000주를 심는 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산삼이 제대로 자라길 기원하며 산신령에게 차를 올리는 헌다례(獻茶禮)와 살풀이 춤이 가미된 산신제에 이어 본격적인 산삼심기와 대중가수 장사익씨 등이 펼친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1987년부터 이날 행사까지 23년간 45회에 걸쳐 매년 봄, 가을로 전국을 돌며 묘삼과 산삼 씨앗을 심고 있는 농심마니가 서울에 산삼을 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農)심마니'는 심(산삼)과 마니(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범어(梵語))가 합해진 심마니(산삼을 발견할 수 있는 큰 사람)의 반대 의미로, 산삼을 심는 사람을 뜻한다.
회원은 예술계와 언론계, 법조계 등 200여명의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또 자신들이 심은 산삼은 캐지 않는 것을 절대 원칙으로 한다.
박인식(58) 농심마니 회장은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많이 나던 산삼이 조선후기부터 씨가 말랐고, 이를 예전처럼 되돌리기 위해서는 묘삼이나 씨앗을 산에 뿌리면 가능하다는 한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삼효능이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만큼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국가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생산량이 늘어나 인삼과 같이 산삼도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이 될 때까지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비를 털어 산삼 묘삼과 씨앗을 준비하고, 좀 더 나은 산삼의 생육조건을 찾기 위해 사전답사를 해온 농심마니의 산삼사랑은 이미 그 효과를 내고 있다.
십 수년 전 전국을 돌며 산삼을 심었던 여러 곳에서 '심봤다'는 고함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봄 전남 화순군 모후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들이 심은 산삼 묘삼만 줄잡아 3만 주. 이 가운데 1988년과 1996년 두 차례 가을산행을 통해 산삼을 심었던 경기 포천 명성산의 경우 산 아래턱에 심마니마을까지 생겨났다.
또 최근 몇 년 새 국내 여행사들이 내놓고 있는 '산삼 캐기' 당일코스 관광상품의 목적지도 이미 이들 손을 거친 곳들이 많다.
남산에 심은 산삼 묘삼의 경우 15년 생이 되는 10년 후면 제대로 된 약효를 가진 산삼으로 자랄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단 이날 산삼을 심은 구체적인 장소는 일부 시민들의 성급함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묘삼의 올바른 생육을 위한 것"이라며 "미리 파헤쳐지지 않고 10년만 지나면 반드시 남산에서도 약효가 좋은 산삼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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