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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九死一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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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九死一生

입력
2009.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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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의 경험담에 음식이 식는 줄도 몰랐다. 그는 취재차 경비행기로 이동 중이었다. 바다 위에서 비행기의 엔진이 꺼졌다. 비행기는 추락했고 조종사는 숨졌다. 해안경비대에 구조될 때까지 그는 세 시간 가량 표류했다. 수영을 할 줄 몰라 물풀처럼 떠서 흔들렸다. 차가운 물에 체온이 떨어졌다. 한 시간은 정신력으로 두 시간은 의지력으로 버텼다. 죽으려 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죽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구사일생'이란 유량주의 '아홉 번 죽어 한 번 살지를 못한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초나라에 굴원이라는 충신이 있었다. 그는 아첨으로 왕의 지혜를 가리고 간사한 말로 왕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들을 싫어했다. 모함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멱라수에 빠져 자결하고 만다. "길게 한숨을 쉬고 눈물을 닦으며, 인생의 어려움 많음을 슬퍼한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선하다고 믿고 있기에 비록 아홉 번 죽을지라도 오히려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굴원이 남긴 '이소'를 읽은 유량주는 "아홉은 수의 끝이다. 그 충신정결이 내 마음의 선하고자 하는 바와 같다"라고 말한다. 세월 흘러 구사일생이란 말 속의 결기는 사라지고 행운의 의미만이 짙어졌다. 그런 험한 일을 겪어낸 이 같지 않게 그는 조용조용 말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때마다 떠올랐던 건 가족이었다고.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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