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22일 오후 귀국, 전주 덕진 공천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과 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건너간 지 8개월여 만의 귀국이다.
정 전 장관은 총선 때 지역구였던 동작을로 이동하면서 정세균 대표와 통화, 24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날의 '정(丁)_정(鄭) 담판'이 당 내홍과 4ㆍ29 재보선 구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이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지지자 2,0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일종의 세 과시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밀알론'을 역설했다.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돌아왔다" "오늘을 제2의 정치인생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당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 만큼 적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는 얘기였다. "경제도 위태로워졌고 남북관계는 벼랑 끝에 몰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결정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도 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물었다. "당에 대한 애정은 선두에 있었다고 자부하고 이를 인정해주리라 본다" "정세균 대표 체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천 부평을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30%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제가 앞장서서 돕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동작을 지역사무소를 찾아 환송행사를 가진 뒤 전주 덕진의 옛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귀국 첫날을 전주에서 보냈다.
담판을 앞두고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기세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정 전 장관은 인천공항에서 "한국에 오자마자 저녁식사에 모시고 싶었으나 정 대표의 사정이 안됐다"고 말했다. 반면 정 대표는 공항 입국장에 직접 나오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정 전 장관측은 "격앙된 지지자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 일정과 이유가 있었지만, 상대에게 '모양'을 만들어주지 않으려는 듯한 신경전도 읽힌다.
정 대표의 말도 의미심장했다. 정 대표는 이날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면서 "언제나 선당후사(先黨後私)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을 빨리 하려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 '당이 먼저고 개인은 나중'이라는 선당후사는 공천불가의 확실한 표현이었다. 정 대표는 특히 "정 전 장관이 당 대선후보였던 만큼 무소속 출마는 없을 것"이라며 퇴로도 차단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벌써 전주 완산갑에서는 정 전 장관과의 무소속 연대론을 펼치는 후보가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도 성급하지만 '분당론'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아슬아슬한 벼랑 끝의 국면에서 24일 담판을 짓는다. 파국으로 갈지, 반전의 타협을 할지 정치권의 시선은 비상하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