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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화해의 악수' 뿌리친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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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화해의 악수' 뿌리친 이란

입력
2009.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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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내민 화해의 손을 이란이 뿌리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21일 이란 북동부 마샤드 사원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날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의한 것을 두고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격하했다고 보도했다. 하메이니는 미국이 교역금지 조치 해제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이란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메이니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이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고 말하지만 그 손은 부드러운 벨벳으로 겉을 감쌌을 뿐 쇠로 만들어졌으며 전혀 선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원에 모인 군중 수만명은 하메이니의 연설 도중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20일 이란력(曆) 설날인 나우르즈를 맞아 발표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새 정부는 미국과 이란 양국 간에 건설적 관계를 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공공연히 정권교체를 주장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외교 노선과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테러나 핵무기 개발보다 상호존중에 입각한 평화적 외교노선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란 핵개발 반대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메이니가 문제삼은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하메이니는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이란에 대한 교역금지 조치를 갱신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란에 취한 부당한 제재를 미국이 먼저 철회하고 이란에 대한 적대적 선전을 그만둘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제재의 철회와 선전의 중지를 내세운 것이다.

이란 정치 분석가 사예드 레이라츠는 AP통신에 "하메이니를 비롯한 이란의 강경 지도자들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미 발언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본심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며 "하메이니의 발언이 대화 거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레이라츠는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미국이 여객기 부품 등 필수 교역품의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미국 내 이란 재산의 동결도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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