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에선 화끈한 홈런포, 수비에선 기막힌 슬라이딩 캐치.'
김태균(한화)이 공수에서 이렇게 맹활약할 줄 알았다면 김인식 감독이 굳이 이승엽(요미우리)을 선발하려고 애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메이저리그 20세기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토미 라소다 감독으로부터 "당장 빅리그에서 뛰어도 통할 타자다"는 평가를 받은 김태균이 한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로 성장해 이승엽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 김태균은 5-0으로 앞선 2회초 1사 2루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인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로부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김태균은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으로 4번타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7살 동갑내기 추신수(클리블랜드)는 경기에 앞서 "실바가 몸쪽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를 잘 던진다"고 귀띔했다. 실바는 1회초 김태균을 상대로 시속 150㎞짜리 강속구를 몸쪽에 찔렀지만 김태균은 가볍게 중전안타를 때렸다.
김태균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실바는 초구로 시속 141㎞짜리 싱커를 몸쪽에 던졌다. 김태균의 방망이에 걸린 실바의 주특기 싱커는 크게 포물선을 그리더니 왼쪽 담장 너머로 넘어갔다.
김태균의 WBC 성적은 3할8푼5리(26타수 10안타) 11타점 3홈런. 타점 1위와 홈런 공동 1위인 김태균은 한국을 뛰어넘어 WBC를 빛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홈런을 친 소감을 묻자 김태균은 "(추)신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신수가 말해준 대로 구종이 딱딱 맞았다"며 추신수에게 공을 돌렸다.
김태균은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18일 일본전에선 슬라이딩 캐치를 하는 등 세 번이나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김태균은 타석에선 홈런포로, 수비에선 빼어난 포구 실력으로 한국이 WBC 결승 진출이란 쾌거를 거두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로스앤젤레스=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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