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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훈 개인전 '머릿속의 유목'/ 이상과 현실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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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훈 개인전 '머릿속의 유목'/ 이상과 현실의 공존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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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시멘트 머리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마치 이스터 섬의 석상을 연상시키는 이 두상은 가까이 다가서는 관람객을 향해 머리를 양쪽으로 열어보인다.

눈 부분에 달린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다. '윙' 소리와 함께 드러난 두상의 내부는 철근 콘크리트 핏줄이 감싸고 있다. 그리고 뱀, 코끼리 같은 동물, 전투기나 기차 같은 산업적 산물 등 전쟁와 폭력, 종교 등을 상징하는 온갖 종류의 오브제들이 회전하고 있다. 조각가 성동훈(43)씨가 '머릿속에서'라는 제목으로 담아낸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철과 시멘트로 만든 거친 질감의 돈키호테 조각으로 알려진 성씨의 10번째 개인전 '머릿 속의 유목'이 25일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한다. 20년 조각 인생을 결산하는 전시로,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는 인간사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했다.

2층에는 그의 대표작인 돈키호테가 놓였다. 최근에는 돈키호테 시리즈를 만들지 않았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했다. 추락한 전투기와 폐기된 헬기의 잔해에서 떼어낸 부품으로 만들어진 돈키호테가 색색의 꽃으로 뒤덮인 황소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자신을 동일시해왔다는 작가는 최근 결혼한 덕분인지 꽃밭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성씨의 작업 방식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머리보다 손을 쓰는 무식한 작업"이다. 굵은 철사를 하나하나 용접해 입체 조각의 형태를 만든 뒤, 표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내 특유의 질감을 나타내는 노동집약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양 조각의 경우 1만2,000개가 넘는 플라스틱 구슬로 만들었다. 구슬 산양의 내부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돼 신비로운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온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철사 용접 작업은 그만둘 생각"이라는 성씨는 9월께 몽골 고비 사막을 찾을 예정이다. 사막에서 지내며 현지에서 얻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이를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는 '국제사막예술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02)736-4371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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