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번 지음ㆍ조혜정 옮김/교양인 발행ㆍ284쪽ㆍ1만3,000원
'인간은 모두 게임하는 동물이다.'
이 책은 엉뚱하지만 도전적인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괴짜 심리학자의 인간 탐구기다. 저자는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이라는 이론을 세운 미국의 정신의학자다. 탁월한 지성과 유머의 소유자였고, 동시에 포커 게임에 매우 뛰어났던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는 아기가 엄마의 보살핌 없이 살 수 없듯, 인간은 정서적 교류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원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무의식적인 욕구가 게임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게임을 인간의 사회적 행동 가운데 상당히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행위로 파악한다. 게임은 언제나 부정직하고 그 끝에는 다른 행동으로 인한 흥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드라마틱한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의도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도 근거가 된다. 저자는 살인이나 재판 같은 행위도 게임의 일종으로 본다. 가장 무서운 게임은 물론 전쟁이다.
이 책은 인간이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를 '보상'이라는 심리적 기제를 실마리 삼아 풀어간다. '알코올 중독자' 게임에서부터, '법정 공방' 게임에 이르기까지 100여 가지 게임의 사례를 통해, 게임을 일으키고 진행시키는 과정의 심리 역학을 해부한다. 저자의 결론은 "인간의 삶이란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채우는 과정이며, 그 기나긴 공허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게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이 없는 진짜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각과 자발성, 친밀감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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