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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남북관계/ 계속되는 北의 도발… 정부 "PSI 전면 참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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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남북관계/ 계속되는 北의 도발… 정부 "PSI 전면 참여 검토"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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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일 또 다시 남한의 '허'를 찔렀다. 9일 일방적으로 차단한 남북 간 군 통신을 21일부터 복구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개성공단은 출입을 또 다시 차단하고 가타부타 향후 방침도 알려 주지 않은 것.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상관 없이 개성공단을 계속 닫았다 열었다 하면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은 2차 개성공단 출입 차단 조치를 푼 지 사흘 만인 이날 오전부터 개성 오가는 길을 또 다시 막았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 차단 명분으로 내세운 키 리졸브 훈련이 19일 끝났는데 설마 또 차단하겠냐'는 남한의 예측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북한은 9일 이후 남한을 이런 식으로 계속 쥐고 흔들었다. 사이사이 차단 조치를 풀었을 때도 출ㆍ입경 동의서를 내려 보내는 시각이 매일 달랐고, 16일 2차 차단 조치 해제 때는 방북만 허용하는 묘안을 냈다.

아침부터 몽니를 부리던 북한은 오후 5시께 "21일부터 군 통신을 회복한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개성공단 출입도 함께 정상화하겠다는 것인지, 개성공단 문제는 별개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는 일방 통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반응은 "(남북이 개성공단 출입 계획을 주고 받는)

군 통신이 회복돼 개성공단이 정상화하고 앞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통일부 김호년 대변인)뿐이었다. 환영도 우려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그러는 사이 통행 통신 통관에 대한 남북 합의와 북한 스스로 만든 개성공업지구법은 휴지조각이 됐다. 무엇보다 남북 간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은 차단하면서도 군 통신은 재개키로 한 것은 "군 통신선 회복과 개성공단 출입 문제는 별개"라는 뜻이다.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났지만 이와는 상관 없이 개성공단 문제를 수시로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카드로 쓰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즐겨 쓰는 이중 전략이다.

개성공단에 대해 남한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달러 박스를 북한이 어쩔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은 개성공단에 미련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로써 북한에 대한 지렛대 또는 제재 수단 중 하나가 힘을 잃었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성공단을 정상화하지 않아 키 리졸브가 강경 드라이브를 위한 명분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북한의 진짜 의도가 '한반도 긴장 고조 또는 그 이상'으로 드러난 만큼 '갖은 수단'을 동원한 북한의 남한 흔들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연합군이 총동원된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났으니 북한이 서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내세워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했다. 정부 당국자들이 "개성공단의 안정적 관리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합당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남북 관계가 바닥을 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에 계속 끌려 가기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현 정권의 기저에 깔려 있는 인식이기 때문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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