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류인 베이징원인(北京原人)이 기존 가설보다 20만년이나 앞선 약 78만년 전 빙하기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베이징원인은 1921~66년 중국 베이징 저우커우뎬(周口店)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 화석에 붙은 이름이다. <네이처> 최신호는"이들은 변변한 옷도 없고 불도 마음껏 피우지 못하며 추위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베이징원인은 결국 추위를 견딜 수 있게 진화했으며'우리는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 진화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처>
중국의 '매직 넘버 8' 자신감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긍정의 힘'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마저 위축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경제성장률 8% 목표를 대내외에 공언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7.5%에서 6.5%로 낮추는 등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직넘버 8'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하다. 8% 성장을 위해 전쟁을 하겠다는 신조어'바오바잔(保八戰)'까지 등장했다.
중국이 8% 성장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2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당시, 제12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덩은 개혁개방을 가속화해 2000년까지 경제규모(국민총생산)를 4배 확대하겠다고 장담했다. 덩은 회의 직전 후야오방(胡耀邦) 당 총서기에게 목표 달성 방안을 물었고 후 총서기는 매년 8%만 성장하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단순 계산의 결과지만 그 뒤로'매직넘버 8'은 매년 중국 경제성장의 목표가 됐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주룽지(朱鎔其) 총리는 8% 성장률 유지를 경제운용의 목표로 제시했으며 11차 5개년 경제계획(2006~2010년)에 설정된 성장목표 역시 8%다.
8% 성장 목표는 정치ㆍ사회의 안정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의 고용시장 구조상 실업 악화 방지와 사회 안정을 위해 8% 이상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정부 수립 60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적자 재정을 편성하고 4조위안의 부양책을 쏟아 내수를 촉진하려는 것도 8% 성장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8% 성장이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노력에 따라 달성할 수 있다"며 "이는 정부의 약속이자 책임이며 중국의 자신감이자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부양책은 필요할 경우 내놓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먼저 큰 것에 선다는 전략
경제는 심리다.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분석과 전망이 갈린다. 중국은 분명한 목표를 정한 뒤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강조한다. '먼저 큰 것에 서서(先立乎其大者)'작은 것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접근법을 선호한다. 막대한 자금과 치밀한 경제운용 전략이'긍정의 힘'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기준치인 50에 다가섰고 고정자산 투자액 증가율도 전년 대비 26.5% 늘었다. 신용대출 신규 증가액은 올 1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매 판매가 반등하고 증시에도 비관보다 낙관이 앞선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긍정의 힘'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짠다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사회 구석구석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기 위한 소통과 나눔의 과정이 시급하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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