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이 17일 북ㆍ중 접경지역에서 북한군에 체포돼 닷새 째 억류 중이라고 한다. 한국계와 중국계인 이들은 뉴스 케이블TV 소속으로, 탈북자 실태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어제 끝난 키 리졸브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예고를 둘러싸고 북미간 긴장이 높아진 때에 벌어진 돌발사태여서 그 추이와 해결 방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당국은 아직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탈북자 관련 문제에 민감한 그들인 만큼 해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면 국내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해 엄한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키 리졸브 훈련 등과 연관 지워 간첩행위까지 의심하고 든다면 일은 더욱 복잡해진다. 북한은 과거에도 불법 월경한 미국인에 대해 간첩혐의를 주장한 적이 있다.
미국 기자들이 민감한 시기에 주위의 경고를 무시하고 북한 지역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 경솔했다. 하지만 취재 목적의 단순 월경일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사가 끝났다면 바로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광명성 2호 발사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 카드로 활용하자는 계산도 함 직하다. 그러나 억류기간이 길어지면 테러단체들이 인질을 붙잡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게 북한에 이로울 리 없다.
이번 사태가 잘만 풀리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개선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과 미국 주재 스웨덴 대사관, 중국정부 등을 통해 억류된 기자들의 조기 귀환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이에 호응해 문제가 잘 해결되면 미국 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이미지가 한결 나아질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가면 광명성 2호 발사로 고조될 긴장 관리도 쉬워지고, 6자회담 조기 재개, 나아가 북측이 목을 매는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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