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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김연아의 선택 '세헤라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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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김연아의 선택 '세헤라자데'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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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온 국민의 관심이 WBC 야구에 집중되어 있지만 한국이 결승에 진출해도 24일이면 대회가 끝나니 그 즉시 김연아가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는 필자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 예술성이 발레의 표현 방식과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을뿐 아니라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모두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연아가 이용하는 곡은 클래식음악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쇼트 프로그램에 ‘죽음의 무도’, 프리 스케이팅에 ‘세헤라자데’란 곡을 들을 수 있다. 이 중 더 중요한 프리 스케이팅의 ‘세헤라자데’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정리해 본다.

이 곡은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의 대표작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 전체가 성이니 코르사코프라고만 하면 안 된다. 그는 스스로를 차이코프스키의 라이벌이라고 여겼던 작곡가다.

이른바 국민악파 5인조의 막내였고 해군장교로 복무하다가 뒤늦게 음악원 교수가 된 아마추어 출신인데도 베를리오즈, 라벨과 더불어 역사상 가장 화려한 관현악법을 구사한 작곡가로 꼽힌다.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천일야화의 이야기를 해주는 왕비의 이름이며,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여기서 모티프를 얻어 4악장의 관현악 모음곡을 만들었다.

악장마다 제목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줄거리가 아니라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를 몇 가지의 동양적 분위기로 포착한다. 김연아는 각 악장에서 발췌하여 3분 30초 정도로 축약했지만 원곡 전체는 40분 이 넘는다.

중계방송에서 “음악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발레곡”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 원래 콘서트 용인데 미하일 포킨이라는 20세기 초의 안무가가 발레로 만든 적은 있다.

이 곡을 사용하면서도 천일야화의 본편이 아니라 세헤라자데 이전에 노예와 놀아나다가 발각되어 죽음을 당한 전 왕비 이야기를 다루었다. 따라서 음악은 무척 관능적으로 사용되었다. 김연아가 이 곡을 사용하면서 갑자기 성숙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연아가 그동안 사용한 곡은 국내 라이선스 제작 음반으로 나와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삽입된 곡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일단 클래식을 처음 접한 후에 마음에 드는 곡 중심으로 조금씩 공부해 나가는 것도 좋은 취미를 만드는 방법이다.

다음 단계로 음반을 모으거나 공연장에 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면 클래식 전문 방송과 친해지는 것이 최선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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