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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원흥이 주민들, 지역소식 등도 담아 월 2회 '열린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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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원흥이 주민들, 지역소식 등도 담아 월 2회 '열린 소통'

입력
2009.03.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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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로 매몰 위기에 놓였던 두꺼비 산란지를 생태공원으로 살려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원흥이마을 주민들이 신문을 만들었다. '두꺼비 마을신문'은 주민들이 비용을 마련하고 스스로 취재ㆍ편집ㆍ제작하는 '독립신문'이다.

총 16면의 타블로이드판으로 한 달에 두 번 내는 동네 신문이지만 운영면에서는 웬만한 일간지 뺨친다. 기자를 양성하는 시민기자학교와 어린이기자학교를 운영 중이고, 인터넷 신문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투명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취재윤리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20일 오후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인근에 둥지를 튼 두꺼비생태문화관 회의실. 두꺼비 마을신문 이광희(46) 편집장과 주부 기자들이 모였다. 이날 발행한 5호 신문 지면을 평가 하는 자리다.

"어머! 사람 이름이 잘못 나왔네. 나이도 틀리고. 어쩌나…." 네 살 배기 딸을 데리고 나온 염현주(35) 기자가 오타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 있던 신영(37) 기자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음 호에 고침 기사 내면 돼. 솔직히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실수 없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진 편집회의에서는 "원흥이 방죽과 연결된 산남천의 악취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자" "주부들이 궁금해 하는 삼겹살 집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맛과 가격을 비교하면 어떨까"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두꺼비 마을신문 창간호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중순. 신문 이야기는 주민회의에서 나왔다. 초대 발행인으로 추대된 조현국(42)씨는 "두꺼비 산란지 보존운동을 통해 싹튼 공동체 의식을 한층 발전시키려면 열린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 매개체로 마을 신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8개 단지 아파트협의회가 주축이 돼 집행부를 구성하고 발기인을 모았다. 공개 모집으로 주부 기자 3명을 선발하고, 어린이 기자학교를 통해 12명의 어린이 기자도 뽑았다.

마을 전체 가구와 상가에 무료 배포하는 신문에는 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변화무쌍한 마을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동네 아파트 장터' '동네 표지판' '주민들이 꾸미는 골목길 칼럼' 등 고정물이 다채롭다.

어린이 기자들이 꾸미는 2개면도 '두꺼비 이동 모니터링 참가기' '아저씨, 두꺼비 로드킬 조심하세요' 등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기사들로 가득하다. 특히 산남초등학교 2학년 조정강(8)군이 그리는 연재만화 '태권두꺼비, 두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말랑말랑한 기사만 있는 건 아니다. 마을 현안을 커버스토리로 비중 있게 다루는데, 4ㆍ5호에서는 한국토지공사가 원흥이 마을 택지개발을 하면서 땅 장사로 배를 불리고 공공용지를 일반에 매각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심층보도 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애독자 이영아(41ㆍ여)씨는 "두꺼비 신문에는 우리 동네 열린 화장실, 아파트 장터 소개 같은 실생활에 유익한 생활정보가 많아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마을 공동체 발전을 위해 시민기자단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꺼비 신문은 배포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아파트 전체 4,900여 가구의 우편함에 신문을 꽂아두고, 하루가 지나도 가져가지 않으면 바로 회수한다. 독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김은진(40) 기자는 "회수율이 높으면 그만큼 눈길을 끄는 기사가 없다는 얘기인 만큼 더욱 분발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신문은 발기인과 주민들이 낸 후원금으로 월 200만원 가량의 제작비를 충당한다. 광고도 싣고 있지만, '홍보성 기사 게재를 전제로 한 광고는 사절' 등 규정이 까다로워 아직 광고비 수입은 많지 않다.

주민들은 신문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월 3,000원의 유료 구독운동을 벌일 참이다. 광고에 매달리지 않고도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인, 유료독자 1,000명 확보가 목표다.

이광희 편집장은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이웃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전달하고 나아가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라며 "신문의 질을 높여 주간지들은 물론 일간지와도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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