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와 대형 산불은 이제 지구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사용 가능한 물은 줄어드는 반면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지금도 10억명 정도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2030년에는 전세계 인구 절반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엔은 물에 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2005년부터 2015년까지를 '물의 10년'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범세계적 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국 정부 대표, 국제기구 인사, NGO 대표 등 3만명이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되는 제5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세계물포럼은 민간 기구인 세계물위원회 주관으로 1997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시작된 이래 3년마다 열려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물과 기후변화, 질병 등 다양한 물 관련 주제에 관해 100여개의 세션이 진행되고 있으며, 세부적인 주제 발표회만도 500여건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정부 대표단과 70여명의 전문가 및 NGO 대표들이 참석하고 있다. 한 총리는 2007년부터 유엔 산하의 '물과 재해 고위급 전문가 패널' 의장으로 활동해 왔다. 이 전문가 패널은 물 관련 재해 예방과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인 행동계획을 채택해 이번 세계물포럼 회의에 정식으로 보고했다. 이 행동 계획은 앞으로 유엔에서 활용돼 국제사회의 지침이 될 것이다.
금번 세계물포럼 회의에 참석한 정상급 15명은 별도 회의를 갖고 물 관련 국제협력을 위한 정상 선언문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각국 정부, 국제기구 및 여타 이해 관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전지구적 대응 체제를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만연되면서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불리던 우리나라도 저수량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 유엔도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였다. 최근 강원도의 심각한 물 부족 사태와 남쪽 지방의 심한 가뭄이 그 증거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올해 1월 발표된 녹색 뉴딜사업의 하나로 물 관련 시스템의 정비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4대강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맑고 풍부한 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강다운 강을 만드는 일이다. 또한 녹색 생활공간을 만들어 여가와 관광산업도 활성화시킬 것이다.
우리 대표단은 이번 이스탄불 세계물포럼에서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우리의 물 관리 사례를 발표해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물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물 부족 시대에 필요한 획기적인 종합적 물 관리 정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정부는 이를 배경으로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개최의사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한국이 제7차 세계물포럼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구체적 성과를 소개한다면 국제사회도 이를 물 관리의 모범 사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003년에 제3차 세계물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007년에는 벳부에서 제1차 아ㆍ태 물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싱가포르가 2010년 제2차 아ㆍ태 물 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다.
물 관리는 이제 기후변화와 같이 전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물 관리 협력 체제에 적극 동참하면서 국내적으로는 물 관련 시스템의 정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20세기가 석유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세기가 될 것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하던 물이 '푸른색의 금(blue gold)'이 된 엄연한 현실 속에서 국민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대비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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