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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커넥션' 로마제국의 멸망이 인쇄혁명 불렀다고?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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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버크 지음ㆍ구자현 옮김/살림 발행ㆍ452쪽ㆍ2만원

로마제국의 위대한 도로망이 붕괴된 것과 12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인쇄혁명 간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언뜻 보기엔 무관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로마가 멸망하고 도로망이 붕괴되는 바람에 중세의 각 지역은 고립되어 자족적 경제체제를 갖춰야 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제분소와 물레방아 등 동력구동장치가 발달했다. 동력구동장치는 방직공장의 발전을 이끌었고, 린넨(아마섬유로 짠 직물) 속옷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낡은 린넨 속옷을 재활용해 질좋은 종이가 대량 생산되는 때에 맞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등장함으로써 전반적인 인쇄혁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영국 BBC 과학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자이자 과학사가인 제임스 버크(73)가 지은 <커넥션> 은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생각과 상황이 연결돼 인류 문명사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왔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창조와 혁신을 이루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새로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이런 혁신에 따른 발견과 발명이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선 서로 무관한 것들이 우발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혁신요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7세기 독일 공학자 오토 폰 게리케가 진행한 진공펌프에 관한 연구는 공기의 성분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이는 산소의 발견과 함께 연소에 대한 연구, 호흡기 질환, 원소의 분석 등으로 뻗어나갔다. 또 그것은 광산 갱구의 물빼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강철 생산의 진보를 가져왔다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컴퓨터, 효율적인 생산라인, 원거리 통신, 비행기, 원자폭탄, 플라스틱, 유도로켓, 텔레비전 등 현대를 낳은 8가지 발명과 혁신의 과학사를 조명한다.

과학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저자의 기획ㆍ제작으로 1960년대 말 BBC에서 처음 방송한 과학 다큐멘터리 '커넥션' 시리즈를 정리해 1978년 초판을 냈다. 이번 번역본은 2007년 재출간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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