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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낮은 데로 임한 사진' 사람이 거기 있어 찍었다, 50여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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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낮은 데로 임한 사진' 사람이 거기 있어 찍었다, 50여년간…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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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지음/눈빛 발행ㆍ232쪽ㆍ1만2,000원

"인간이 거기 있기에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계속 걸었고,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 있었다. 그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을 찍었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 최민식(81)이 50여년 사진 인생을 200여쪽 분량의 산문집에 인화해 냈다. 찬찬히 책을 읽다 보면 그의 글이 그의 사진과 무척 닮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간결하게 주제만 압축하는 사진처럼, 글도 망원렌즈로 배경을 날린 듯 군더더기가 없다. 날카로운 긴장감이 느껴지는 심도로 포착한 스스로의 삶에, 노작가는 <낮은 데로 임한 사진>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1928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55년 부산에 정착한 이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카메라로 풀어온 인생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의 한 일간지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으로 저잣거리 인간 군상 속에서 숙성된 저자의 관조가 느껴진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한 저자의 사진에 대한 철학을 묶은 2부 역시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요컨대, 최민식에게 사진은 곧 그의 삶이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길이다.

평생을 '인간'만 찍어 온 저자이지만, 그는 이 질문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나는 왜 인간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가? 사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진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그는 이렇게 자답한다. "한 장의 사진은 사진가와 보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의 관심이 제각각 어우러져서 만드는 만남의 자리이다. 사진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며, 삶과 동떨어진 사진은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사진은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나 보인다. 사진의 치열함은 오로지 진실을 찾는 데 있다."

이 책에는 가난한 이들을 주로 찍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수 차례 끌려갔던 사연, 50년이 넘도록 여전히 새로운 영감을 주는 부산 자갈치시장의 풍경,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세월 신산했던 민초들의 삶이 담겨 있다. 요즘은 사진이 디지털 문명의 가벼운 즉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매체가 되어버렸지만, 이 책 속에는 여전히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떨림과 고통, 열정과 환희가 살아 있다. 저자는 그래서 "사진의 최종 목적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산문집을 "나의 '손 내밈'"이라고 고백한다. "사진의 숲을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 사진과 글이 나에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듯이, 이 책의 독자들도 이 사진과 글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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