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중앙당교 조호길 교수 인터뷰
“중국이 정치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경제ㆍ사회적인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현재 3,314달러)를 넘고 동서, 빈부, 도농 격차 같은 사회적 불균형이 감소하며 중산층이 주도하는 사회가 돼야 비로소 중국 특색의 정치적 실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보편가치를 추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꼭 서양 제도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및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정협 및 전인대에서는 또 안팎의 정치개혁 요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은“서방식 법률체계를 기계적으로 모방하지 않고 서방민주주의를 따라가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서방식 복수 정당체제 도입과 삼권분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 후보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총장으로 있는 중공중앙당교(中共中央黨校)의 자오후지(趙虎吉) 교수는 “우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 내부의 신좌파, 신자유주의파, 민주사회주의파 등 3개파의 정치개혁 요구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 위원장의 발언은 또 중국의 학자, 변호사 등 지식인 303명이 중심이 돼 지난해말 요구한 민주ㆍ인권 개혁을 위한 ‘08 헌장’에 대한 공식적인 거부”라고 설명했다
. 그는“중국은 현대화 및 경제발전에 정치적 발전이 꼭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나의 권력집중 구조가 아직은 필요하며 중앙정부의 권위가 보다 구체적인 제도ㆍ절차ㆍ법제화로 전환하는 2015~2020년에 가서야 정치제도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 교수는 “중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와 달리 국민 전체 이익을 위해 좌에서 우로,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쌍방향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며 일례로 시장의 물가문제 등은 쌍방향 합의로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중국이 정치개혁에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중국 특색의 정치개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고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현 시점에서 변화가 당장 이뤄질 수는 없으며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안정된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정지된 상태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교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엘리트 중심의 단일 권력체제를 채택한 싱가포르 정치구조를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글로벌 금융ㆍ경제 위기 극복 방과 관련해 자오 교수는 “소비 중심으로 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투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4조위안 외에 추가 부양책을 강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부양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부패ㆍ독점 등의 폐해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과정에서 부패가 나타나면 효과가 반감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 교수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 인플레이션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기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금융ㆍ재정 확대책을 쓰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자오 교수는 지난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합의한 한중 공동연구위원회 정치팀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3월 말~4월 초 첫 회의를 열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어디까지,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며 본격적인 한중 관계 강화를 위한 물꼬가 곧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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