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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인도소풍, 빨래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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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인도소풍, 빨래궁전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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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야므나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 궁의 둥근 지붕이 거대한 비누방울처럼, 분홍 엷은 나비처럼 아련하게 사뿐 얹혀 있고요 빨래가, 원색의 낡고 초라한 옷가지들이 젖어 축 처진 채 널려 있습니다.

족보에도 없는, 이 무슨 경계일까요. 오색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나 죽음은 그 어떤 역사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이 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데요, 삶이란 또 몇 벌의 누더기에도 당장 저토록 고단하고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때,

어린 새댁이 하얗게 웃으며 얼른 움막 속으로 숨어버렸는데요, 개똥밭에 굴러도 역시 이승에 땡깁니다. 오래 내 마음을 끄는 그녀의 남루한 빨래궁전 쪽, 저 검고 깊은 눈이 전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가벼움. 무거운 역사 속에서 지어진 거대한 궁전을 원경으로 바라보며 한 시인이 그려내는 가벼움의 역사, 일상의 역사. 일상의 역사는 그러나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무거운 역사이다.

새댁의 붉은 잇몸과 하얀 치아의 웃음 속에서 펄럭이는 남루의 빨래, 그 '검고 깊은 눈'의 싱그러움. 어떤 궁전인들 이 웃음보다 더 찬란할 수 있으랴. 여행길에 오른 시인이 이 절정의 순간을 만나면서 그려내는 삶의 절정, 그것은 남루하면서 반짝이는 일상의 저녁 하늘에 떠오르는 별 같은 것이다.

누구나 다 주인이고 아무도 주인이 아닌 이런 작은 별의 순간, 시인의 말씀대로 '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 '전적으로 아름답습니다'의 세계.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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