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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아, 아,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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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아, 아, 아르바이트

입력
2009.03.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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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형 마트의 계산원들이 의자에 앉아 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손님이 없을 때도 늘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다 보면 두 다리가 퉁퉁 붓는다. 퇴근하려 구두를 갈아신을 때는 발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인간에게 직립이란 진화 같지가 않다. 대학 시절 동생도 하루종일 서서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금은 사라진 대형 의류업체였다.

세일기간 동안 한번에 몰린 손님들이 옷을 입도록 돕고 벗어놓은 옷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모님을 돕겠다는 마음 반, 사고 싶은 것들을 사려는 마음 반이었다. 학교에는 용하게도 일거리를 잘 물어오는 친구가 있었다. 강의 시작 전에 그 친구 주위에 서서 아르바이트거리를 기다렸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회사의 일도 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그 동네의 가게들에 들러 양해를 구한 다음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든 그 회사 제품의 종류와 갯수를 확인한다. 어떤 곳은 친절했고 어떤 곳은 아이스크림통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생전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본 적 없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택시도 타고 다닌 사람이 다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남편과 아버지가 되어 택시비도 아끼고 제 양말 살 돈도 아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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