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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의 대화] 정치개혁과 연합,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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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의 대화] 정치개혁과 연합, 어떻게?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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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진보세력의 위기 상황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요점은 진보세력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중간'의 길에 해당하는 이념과 정책으로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한국일보 2월 23일자 '진보의 활로'). 이후 정치학자 주장환 교수(이하 '주')와 필자(이하 '이') 사이에 이를 놓고 대화가 이어졌다.

정치기득권 약화시키는 개혁

주:진보세력이 다수에게 다가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공허한 부분이 있다. 제시하고 있는 각각의 프로그램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개혁에 대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하나의 완성적인 담론 내지 제언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비전과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력이 물론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는 무엇이 핵심과제인가.

주:1987년 민주화 이후의 역동적인 정치 현실을 현재의 권력구조가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제로섬 게임의 틀 속에서 "집권 중에는 내 멋대로 하겠다", "다음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한다. 사회는 빠른 속도와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정치구조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전체가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책임이 있고, 불신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향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담아낼 수 있는 정치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일전에 말한 '중간'이란 다양한 혼합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탄력적인 정치연합을 필요로 한다. 정치체제나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프로젝트는 곧바로 이해관계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쉽다. 그러니 먼저 중간이나 혼합의 가치와 정책에 대한 동의의 기반을 확대하고, 사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연합의 실험을 축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주:연합과 분리를 자유롭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빠른 속도로 소통하고 사회의 소수 의견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또한 애매하게 처리되어 있는 사법부 독립, 의회와 행정부 권력의 혼재 같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내각책임제의 장ㆍ단점도 다시 연구해볼 시점이다.

이:내각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은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데, 대선 후보군의 이해관계나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례대표제 확대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기존 소선거구제 하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국민정서보다는 대선 주자들의 이익이 더 큰 장애물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더 구체적으로 현실의 정치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오기에 가득 찬'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입는 피해가 크다. 기업과 시민사회는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정치권이 오히려 제약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크다. 따라서 정치권의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방향의 개혁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정치시스템의 한계와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대선 국면에서 연대나 연합을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가능하다면, 이러한 사안을 가지고 진보와 보수가 통 크게 연합해야 한다.

보수ㆍ진보 공생의 연결고리를

이:필요한 사안을 두고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연합하는 것을 꺼려할 이유는 없다. 단,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정렬하는 문제가 또한 중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자주, 평등, 보편적 복지 등을 앞세워서는 국민 다수를 설득하기 어렵다. 합리적 보수와의 연결고리도 만들기 어렵고, 여러 갈래로 분열된 진보개혁세력을 다시 모을 수도 없다.

그래서 공생의 가치, 동아시아공동체-남북연합, 중앙-지방 간 새로운 계약, 다양한 혼합경제의 비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사회통합에 부응하는 정치개혁과 연합을 구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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