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27ㆍ클리블랜드)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일본전을 앞두고는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잘하는데) 제게 기회가 있겠습니까? 친구들이 잘해줘서 그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며 멋쩍어 했다.
이승엽(요미우리)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추신수는 아시아라운드 개막 3일 전인 지난 2일 일본 도쿄돔 훈련 도중 왼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이후 '계륵' 신세가 됐다.
"엔트리를 잡아먹느니 차라리 빼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소 섞인 이야기도 들렸다. 김인식 감독은 그러나 "추신수를 믿는다. 반드시 해줄 것"이라며 굳은 믿음을 보였고, 추신수는 그 믿음에 홈런포로 화답했다.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 6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추신수는 5타석 2타수 1안타(3점 홈런) 2볼넷 1몸에 맞는 볼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는 1개뿐이었지만 한국의 결승 진출을 확정하는 3점 홈런이었기에 의미는 각별했다.
추신수는 2-0으로 앞선 1회초 1사 2ㆍ3루 볼카운트 1-0에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시애틀)의 한복판 149㎞짜리 직구를 받아 쳐 다저 스타디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이번 대회 개인 1호 홈런.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실바와 6번 만나 6타수 1안타(타율 1할6푼7리)에 그쳤다. 추신수는 그러나 경기 전 "실바와는 괜찮은 승부를 했던 것 같다. 오늘 다시 만나게 됐는데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추신수는 "그간 너무 힘들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기다려주신 감독님과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신 타격 코치에게 감사한다"며 "WBC를 통해 좋은 경험 했고 많이 배웠다. 팀에 돌아가더라도 WBC를 못 잊을 것 같다"며 감격을 이기지 못했다.
로스앤젤레스(미 캘리포니아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