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ㆍ29재보선 공천 방정식에 두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의 공천 여부고, 또 하나는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의 선거 개입이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방정식이 수월하게 풀리느냐, 어렵게 꼬이느냐가 이들 변수의 향배에 달렸다는 게 당 안팎 관측이다.
최근 당 주변에선 "여당이 당선을 목표로 하는 세 곳 가운데 적어도 한 곳에는 친박 인사를 공천해야 선거가 쉽게 풀린다"는 얘기가 많다. 친이 의원들도 이런 주장을 한다. 3월말로 예상되는 공천자 발표 명단에 친이 인사들만 들어간 그림은 선거에 미칠 영향이나, 향후 당 화합 등을 생각하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친박 인사를 섞어 공천하면 여러 모로 유용하다. 선거운동 과정에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압박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고, 만약 선거 결과가 완패로 나오면 책임을 나눠 지는 알리바이가 되기도 한다. 한 친이 초선 의원은 "어느 일방이 독식하는 모양새는 선거 내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에는 지도부가 인천 부평을이나 울산 북구에 친박 측 경제 관련 인사를 공천하려 한다는 설이 많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의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공심위 등에서) 어떤 추천 제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변수는 경주에 있다. 박 전 대표는 20일 경주에서 열린 박씨 종친회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 성향 정수성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공교롭게 이날 열렸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를 두고 박 전 대표가 경주 재선거와 확실히 선을 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다. 이 모임 회장 정광용씨가 최근 인터넷을 통해 회원들의 정 후보 사무소 개소식 참여를 독려하는 등 박사모는 경주 재선거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200여명의 박사모 회원이 정 후보 사무소 개소식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뒤로 물러섰는데 팬클럽이 나서서 '친이 대 친박' 싸움을 붙이는 격이다. 특히 18대 총선 당시 박사모가'사천(私薦) 3인방'으로 지목한 정종복 전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게 되면 구도는 더 선명해질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직접 관련 없는 팬클럽이지만 박사모는 작년 총선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재오 이방호 전여옥 의원 등을 타깃으로 낙선운동을 벌였고, 실제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후 분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경주가 친박 정서가 강한 지역이라 이들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역을 훑고 돌아다니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분석도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박사모가 박 전 대표의 뜻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면서 오해받을 일들을 많이 했고, 이 때문에 내부 분열상이 심각한 것으로 안다"며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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