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배우들은 작금의 한 신인 여배우 자살 사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지난 3월 7일 밤, 이 비극을 접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40여년 전, 대학시절 우연히 이 판에 발을 디딘 사실이 발각되어 집에서 쫓겨났던 기억이 났다. "딴따라가 되겠다고?"배우가 되는 것이 가문을 망친다고 보는 시대였다.
나는 '그래, 나는 딴따라다' 고 외치며 당당히 이 판에 섰다. 나는 창조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딴따라'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그 당당함에 질투도 한다. 그러나 순수한 의미에서 사람들은 스크린 속의 스타를 사랑한다. 가까이 하고 싶어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이승만 정권 때까지는 스타들이 그래도 자유로웠다고 선배들은 말한다. 그러나 6.25전쟁이 나면서 배우들과 가수들이 군인들을 위문하기 위해 군 연예대에 참가하면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하였다.
소위 총칼을 쥔 군인들이 국가를 위해 달려온 여자 스타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박정희가 정권을 잡고 그 버릇은 이어졌다.
그들은 스타들마저 자신들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여자 스타들의 대기 장소였다. 검은 지프차들이 밤이면 그들을 실어 날랐다. 심지어 '각하X' 라는 은어가 돌며 그 부하들까지 사냥에 나섰다.
스타 중의 스타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노리개일 뿐이었다. 말을 안 들으면 죽였다. 정인숙 살해사건, 방성자 살해사건 등이 공공연히 벌어졌으나 수사당국은 갖은 거짓수사로 국민의 귀와 눈을 막아버렸다.
수많은 스타들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고, 힘 있는 자들이 죽여도 누구도 말 못하는 시대에서 살았다. 권력과 결탁한 언론사주들은 견제는커녕 함께 놀아났고, 권력에 빌붙은 재벌들은 소유한 여배우에게 거액의 재산과 아파트 등을 선사하고, 광고모델을 찾는다며 어린 스타 지망생들을 모아 소유하였다.
남자 스타들도 권력자의 아내들이 벌이는 파티에 가지 않으면 안 됐다. 전두환 시대의 사냥꾼들은 그들의 선배보다 더 뻔뻔했다. 대낮에 검은 지프차를 영화 촬영현장으로 보내어 여배우를 끌고 갔다.
마담뚜들이 등장하여 권력과 돈 앞으로 여배우들을 실어 날랐다. 이어 신흥권력과 재벌2세들이 등장했다. 그 상사의 그 부하,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었다. 언론사주 2세, 교육자 2세, 재벌 2세 등 7공자 클럽이 탄생하는가 하면 마담뚜들은 더욱 바빠졌고 돈도 벌고 금배지도 달았다.
김영삼과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민주화가 되어 스타들은 살았다고 환호했다. 국가의 경제가 나아지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화하자 사람들은 과거의 연예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자녀들이 원하는 대학의 영화, 연극, 연예 등에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게 하였다. 부모와 자녀들은 대망의 스타의 꿈을 갖고 자유롭게 이 판에 뛰어 들어왔다.
그러나 스타 지망생들에게 쇠사슬이 기다리고 있었다. 권력과 재벌이 아닌 돈의 그물망이었다. 영화, 방송드라마 등 쇼 비지니스는 돈과 줄의 절대적인 위력 아래 유지된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사와 영화, 방송 드라마 제작사는 끊을 수 없는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배신하면 모두가 죽는다. 연예인은 소속사와 끊을 수 없는 계약이 맺어져 있다.
소속사 속에서 연예인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돈이 절대 필요하다.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죽는다.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말하지 말고 눈 감고 귀 막고 비밀을 지켜야 산다. 입 벌리면 이 바닥에서 끝이다.
얼마 전 한 여배우가 도청사건을 형사고발하고 사건이 커지자 스스로 불을 끈 사건이 있다. 비리를 고발하고 해방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했다. 사슬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연예계 비리를 뿌리째 뽑겠다며 소란을 떨던 수사 당국도 갑자기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다.
과거 한 재벌이 자기자식과 싸운 사람을 잡아다가 폭행한 사실을 수사당국이 은폐하려다가 여론에 밀려 법이 그 재벌을 실형에 처한 적이 있다.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과 인권유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애써 외면한다. 국가경제위기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 두려워서인지도 모른다. 그 행태는 과거 군사정권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외면하던 것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여배우 자살사건은 형태만 바뀌어 있을 뿐이지 살인사건과 다를 바 없다. 이 사회가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모두 발벗고 나서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스타의 꿈을 키우기 위해 대중문화예술계에 투신한 미래의 한국의 별들을 위하여 국가는 그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사회, 국민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온 오늘날의 한국의 스타들이 후대의 스타 지망생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 죽음을 자처하지 말고 부정에 대항해라. 그리고 이겨라. 그것이 예술가로서의 자존이요 긍지의 표출이다.
대중도 대중예술가에게 사랑과 존경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돈과 힘으로 대중이 공유할 스타들을 사냥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타는 대중의 꿈이다. 우리의 어린이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사랑받는 스타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스타 김연아가 빙판 위를 아름답게 춤추는 모습을 보며 행복에 젖고 희망을 갖는다.
우리는 세계 야구를 제패하겠다며 미 대륙에서 세계 강호들을 쓰러뜨리는 젊은 한국 야구스타들을 보며 기뻐하고 소리친다. <위대한 대한민국> 대중 앞에서 울고 웃으며 연기하는 앳된 스타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니던가... 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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