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7시38분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지하2층 주차장. GM대우의 중형차 검정색 '토스카'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뒷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부축을 받으며 내렸다.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전 대우그룹 임직원들을 만난 것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검정색 양복에 군청색 넥타이 차림의 김 전 회장은 건강 때문인지 수척한 모습이었다. 전 대우그룹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던 그는 지척 거리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 전 회장은 거듭되는 기자들의 재기 관련 질문에 언급을 회피하면서 "몸이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 베트남이나 태국, 중국 같은 따뜻한 나라에 가서 요양을 하며, 몸을 추스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를 찾았던 것에 대해 "예전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뵙고 싶어 찾아간 것이고 그 외에는 외부활동을 많이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로 진행된 사장단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고맙고 미안하다. 1년 정도 몸을 잘 추스린 뒤 자주 보도록 하자"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서형석 전 ㈜대우 회장, 김태구 전 대우차 회장,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낸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등 200여명의 대우 전직 임원들이 참석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김재용 대표이사와 대우자동차판매 이동호 사장,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성 대표이사 등도 창립42주년을 기념하는 화환을 보냈다.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김 전 회장의 건강은 괜찮은 편이며, 일주일에 한번 꼴로 혈액 검사 등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전 이사는 "김 전 회장은 서울 방배동 아들 집에 있으며 젊은 개인비서가 있지만 혼자 다니시는 일도 많다"며"향후 몸이 좋아지면 대우그룹 시절 집무실로 사용하던 힐튼 호텔 펜트하우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김 전 회장에게 의료 시설이 잘 갖춰진 태국으로 요양 갈 것을 권유했다"며 "조만간 태국으로 출국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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