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사실은 정상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들은 다수에 의해 비정상이라고 취급받을 뿐이지요."
권정현(39)씨의 첫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 (문이당 발행)에는 '정상인'의 기준에서 배제된 소수자, 혹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는 다수의 타인들 틈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출몰한다. 굿바이!>
표제작의 등장인물은 구강성교를 해주는 자판기 '명왕성'을 찾아 도시의 뒷골목을 방황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다. 자판기의 이름이 '명왕성'이라는 것은 상징적이다. 자판기 '명왕성'을 찾아나선 주인공들은 우연히 천문학자들이 명왕성을 태양계의 행성에서 제외시켰다는 TV뉴스를 보게 된다.
이들이 "명왕성이 뭘 잘못했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건 잘하고 잘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야"라며 그것을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과 연결시키는 에피소드는 이른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묻는 작가의 끈질긴 회의가 녹아있는 부분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규준하는 일의 자의성, 폭력성에 대한 권씨의 예민한 촉수는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지점으로 뻗어나간다.
지리산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진위 논란에 휩싸이자 "그것이 정말 호랑이였을까"라며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국어교사의 이야기인 '호랑이 능선에서', 혹은 어린시절 어머니와 정체불명의 남자의 성행위 장면을 목격함으로써 섹스혐오증에 걸린 여성이 성적인 상징으로 가득한 숲속의 외딴집을 찾아갔으나 후일 그 집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다는 '달밤 달빛' 등은 작가의 이런 문제의식이 투사된 단편들이다.
이와 함께 작가는 마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 처럼 하나의 사건을 관찰하는 여러 인물들의 관점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다면성을 품고있는 진실'이라는 주제를 천착하기도 한다. 라쇼몽>
다리 난간을 들이받는 자동차사고로 사망한 한 행위예술가를 주인공으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여러 주변인들의 관점을 보여주는 '360', 백주에 대로 한복판에서 옷을 벗고 유유히 사라진 여성을 목격한 다양한 관찰자들이 등장하는 'A.M 12:00 모텔 그린필드' 등의 소설이 그렇다.
2003년 두 개의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권씨는 현재 소설가 김도언, 김숨, 오현종씨 등과 함께 거대 담론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다양한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우리 사회는 어쩌면 '정상, 진실'을 명분으로 사람들이 싸우는 투우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다수의 주장, 다수의 시선에 의해 밀려난 사람들이 자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양귀자씨의 <원미동 사람들> 스타일로 평양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연작소설을 구상중이라고 했다. 원미동>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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