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보웬 지음ㆍ하정임 옮김/다른 발행ㆍ548쪽ㆍ3만2,000원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 이안 핑클. 친구 제프와 며칠간 겪었던 이상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길을 가던 이안은 우연히 오동나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파란색 눈과 짙은 눈썹, 흰 수염을 가진 노인. 주머니에 있는 사과 하나를 꺼내면서 노인은 이안에게 "눈 앞에 무엇이 보이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안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 사과인지,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사과를 사과라고 판단하게 하는 감각기관의 오류는 없는 것인지, 등의 질문이 잇따르고 가까스로 궁리해 짜낸 이안의 대답과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한 노인의 반박이 이어진다.
<드림 위버> 는 이처럼 등장인물들의 질문과 응답을 통해 철학의 중요한 논제들에 대해 생각할 힘을 키워주는 철학교양소설이다. 소설 형식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만 6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철학교양서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 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안이라는 미국 소년이 소설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열네 살의 노르웨이 소녀가 철학사의 중요한 문제들과 씨름하는 <소피의 세계> 와 유사한 점이 있다. 소피의> 소피의> 드림>
그러나 차이점도 분명하다. 요슈타인 가더가 고대 그리스철학-중세철학-계몽주의-실존주의 등 서양철학사를 통시적으로 ?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드림 위버> 의 저자 잭 보웬은 철학의 중요한 논점을 지식, 자아, 이성, 정신, 과학, 역설, 신, 악 등 19개로 분류한 뒤 각 주제별로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사유를 끌어들이는 공시적 방법을 택한다. 드림>
서술적 방식인 <소피의 세계> 와 달리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궁리하는 논쟁적 방식을 취한 점도 차이가 난다. 속 들여다보이는 생색내기일지언정, <소피의 세계> 에서는 무시됐던 동양철학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해 놓은 점도 의미가 있다. 소피의> 소피의>
소설적 흥미를 위해 지은이는 세 가지 줄기로 책의 얼개를 짜놓았다. 일종의 멘토인 노인과 이안의 꿈 속에서의 대화, 노인의 논리에 반박하는 부모와 이안의 현실에서의 대화, 노인과 부모가 제시한 철학적 난제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친구 제프와의 대화가 갈마들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가령 책의 두번째 장인 '자아ㆍ이성ㆍ정신'에서 노인은 인간의 본질이 비물질적인 정신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안에게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투입, 인간의 감정 역시 화학물질과 뇌라는 육체적인 활동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편다. 자신이 단순히 물질적인 존재이며 꼭두각시처럼 조종되는 존재라는 슬픈 느낌으로 잠에서 깬 이안에게 부모는 컴퓨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차원적인 인간의 언어활동을 거론하며 노인의 유물론을 반박한다.
이어 저자는 이안이 친구 제프와 함께 복제인간, 말하는 침팬지, 눈물샘을 가진 로봇 등을 제시하며 "무엇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묻는 의사를 만나는 장면을 배치함으로써 관념론과 유물론이라는 오래된 철학적 논제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
지은이 잭 보웬은 캘리포니아주 드안자 대학에서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며 철학 대중화에 힘쓰는 저술가. 책 제목 드림 위버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철학적 물음을 궁구하는 주인공 이안을 의미한다.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마지막 장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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