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오락실에서 강도질을 한 데 이어, 술 취한 경찰관이 택시요금 문제로 기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치안을 책임진 경찰들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흉기'가 돼 민생을 위협하는 사건이 반복되자 경찰의 기강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 안양경찰서는 요금 문제로 택시기사 양모씨(47)와 시비가 붙어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서울 구로경찰서 상황실 소속 이모(45) 경위를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경위는 21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구로구에서 동료경찰과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안양 집 근처에 도착해 "요금이 1만6,000원이나 나왔다"며 양씨의 멱살을 잡아 목을 조르고 가슴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경위는 현장에서 100m 떨어진 놀이터 쪽으로 달아나 숨었지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은 "부검결과 양씨의 직접적 사인은 심근경색이지만, 이 경위의 폭행사실이 인정된 이상 폭행치사 혐의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앞서 20일에는 인천 삼산경찰서 지구대 소속 김모(40) 경사가 정복차림으로 관내 성인오락실에 단속활동을 가장해 들어가 강도행각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일은 안마시술소 업주와의 유착 의혹을 받아온 강남경찰서 경찰관 6명이 파면 또는 해임된 날이었다.
경찰 수뇌부가 교체된 지 불과 2주도 안 돼 경찰 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경찰청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21일 화상회의를 통해 "비리 내사를 전담할 기구를 경찰청과 지방청에 설치하고 강력한 사정 활동에 감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도 22일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쇄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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