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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판 景氣도 꽁꽁

입력
2009.03.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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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한파가 드디어 바둑계에도 본격적으로 밀어 닥쳤다. 과거 IMF 직후에 그랬듯이 크고 작은 기전들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중단 또는 폐지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왕위전ㆍ기성전 등 유력 신문사가 주최하는 전통 있는 기전들이 중단된 지 이미 오래고 얼마 전에는 오스람코리아배와 SK가스배가 각각 독일 본사 지시, 홍보비 삭감 등의 이유로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비씨카드배가 상금제 세계 대회로 바뀌었으므로 공교롭게도 올 들어 3대 신예 기전이 동시에 사라진 셈이다. 이밖에 매년 1월중에 예선이 열리던 전자랜드배가 하반기 이후로 개최를 미뤘고 예년보다 두 달 가량 늦은 4월에 개막 예정인 국내 최대 기전 하이원배 명인전은 지난 기보다 예산을 5,000만원 줄였다.

또 국수전도 후원사와의 협의가 원만치 않아 아직 대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 단체전인 한국바둑리그마저 개막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아직 출전팀을 확보하지 못해 자칫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바둑팬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총규모 35억원으로 국민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8개팀이 3억5,000만원씩 참가비를 내고 출전, 매년 4월부터 연말까지 8개월에 걸쳐 정규 리그와 포스트 시즌 및 챔피언 결정전을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 한국바둑리그는 국내 바둑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비중이 높은 대회다.

1년 동안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각종 기전 규모가 120억원가량인데 이 가운데 세계기전이 50억원정도 되므로 한국바둑리그 하나가 국내기전 총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셈이다.

출전 선수도 8개팀당 선수 6명에 감독 1명으로 모두 50명이 넘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강자들이 대부분 한국바둑리그에서 뛰고 있고 모든 국내외 기전 스케줄이 우선적으로 바둑 리그 일정에 맞춰 짜여질 만큼 중요한 기전이다. 그러나 개막이 코앞인데도 아직 출전팀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해 참가했던 8개팀 중 무려 5개팀이 빠져 나갔다고 한다. 경제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설사가 모기업인 신성건설 월드메르디앙 울산디아채 등 이른바 '건설 3팀'이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고 바둑리그 원년멤버 제일화재와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영남일보마저 자체 사정으로 불참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과 특수 관계인 GS KIXX와 인터넷 바둑 사이트을 운영하고 있는 한게임, 그리고 역시 인터넷 전용선 사업체로 온라인 바둑과 어느 정도 유관하다고 할 수 있는 티브로드 등 3개팀만 남은 셈이다.

3개팀으로 리그를 꾸릴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주최사인 한국기원과바둑TV가 백방으로 출전팀 섭외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1일 현재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과 태평염전이 공동으로 팀을 구성해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그만큼 요즘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렵고 또한 바둑이 상대적으로 '한가한 여가 활동'으로 인식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한정 리그 출범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므로 주최 측에서는 일단 3월말까지 현재 협의가 진행중인 3~4개 기업을 상대로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보고 정 안되면 정규 리그를 6개팀으로 축소해 운영하는 방법을 강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회 일정도 조금씩 뒤로 미뤄 4월말께 선수 선발, 5월초에 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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