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임직원들이 불과 5일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모두 반납키로 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과도한 스톡옵션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선 직후다. 다른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휴일인 2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경기 불황을 타개하고 사회적 책임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지난 17일 정기 주총에서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모두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라응찬 회장 등 총 107명의 지주회사 및 자회사 임직원에게 총 61만4,735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키로 결정한 바 있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분 권한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신한지주가 이렇게 부랴부랴 스톡옵션 자진 반납에 나선 것은 신한지주 뿐 아니라 금융권 스톡옵션 부여가 잇따르면서 일기 시작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 외환은행은 12일 서충석 부행장에게 15만주 등 총 49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KB금융지주 역시 27일 주총을 열어 장기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경영진 등에 총 25만주 한도의 성과연동주식을 부여할 예정이었다.
과도한 스톡옵션 지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자 금융당국도 경고를 하고 나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경제위기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임금을 반납하는 상황에서 은행권 경영진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에서 노사 임금협상이 진행 중이고 정부가 은행 자본수혈을 지원하고 있는데 경영진이 인센티브를 챙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이 같은 의견을 은행들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제동 방침에 은행들은 "주주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면서도, 신한지주가 먼저 나서서 자진 반납 조치를 취하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 위기를 자초한 미국 은행과 한국의 은행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금융당국과 여론의 분위기가 이렇다면 올해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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