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호에 사는 '뻐꾸기'와 902호에 사는 '기러기'. 청소년소설 <나는 뻐꾸기다> (비룡소 발행)는 가슴 한 편에 커다란 바람구멍을 감춘 두 사람의 얘기다. 외삼촌집에 맡겨져 눈칫밥을 먹는 열한 살 동재가 뻐꾸기, 가족을 모두 미국으로 떠나보낸 외로운 40대 아저씨가 기러기다. 작가 김혜연(46ㆍ사진)씨는 "스스로 결핍 속에 살아간다고 느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는>
"온전히 자기에게 주목해주지 않으면, 다들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소외감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장애가 아닐까요. 이 세상에는 결국 완전한 가족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 바람은 '그럼에도 모두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김씨의 바람 때문일까. 집 열쇠가 없어 밖에서 오줌을 싸버린 동재와 엉성하게 세탁해 비누 냄새가 나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저씨도 우울하지만은 않다. 섬세하고 담백한 필치로 두 사람의 슬픔을 포개면서, 김씨는 건강함과 재치가 넘치는 분위기를 피워낸다. 그래서 "뱃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난다"고 표현된 고립감보다, 나이를 뛰어넘은 동재와 아저씨의 우정이 도드라져 읽힌다.
"뻐꾸기라는 아이를 먼저 설정하고 나니, 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아이를 보호하는 완벽한 어른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고 비슷한 외로움을 느낄 만한 어른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외국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린아이와 어른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기 좋았는데, 이번 소설을 쓰면서 그걸 실현하게 됐어요."
김씨는 데뷔가 늦었다. 오랜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거쳐 2004년 단편동화 '작별 선물'로 등단했다. 그리고 첫 장편인 <나는 뻐꾸기다> 로 제15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프리랜서로 이런저런 글을 쓸 때 어떤 분의 혹평을 듣고 본격적으로 동화를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평소 작가에 대한 꿈을 키우게 만들었던 분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훈성 때문에 문학성이 떨어지는 동화보다는, 작은 메시지 하나라도 제대로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며 웃었다. 나는>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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