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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엘레지'

입력
2009.03.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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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대학 교수와 20대의 여제자가 사랑에 빠진다. 혹, 그렇고 그런 불륜이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접어둬도 좋다. 한 이혼남과 젊은 여인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가슴 아픈 재회를 그린 영화 '엘레지'는 부적절한 사랑의 군내를 풍기기보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포착한다.

젊음을 제외하고는 명성과 돈, 지위 등 모든 것을 가진 교수 데이빗(벤 킹슬리)은 어느날 자신의 강의를 듣는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처음엔 콘수엘라의 커다란 눈과 앙다문 입에 잠시 끌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착각이었다.

수많은 여자들과 육체의 성을 쌓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왔던 데이빗의 심장은 서른 살의 나이 차를 넘어선 사랑 앞에서 요동친다.

외견상 멜로영화지만 감독은 두 남녀의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나이라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 데이빗의 사랑에 대한 회의와 질투와 격정을 통해 천변만화하는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데이빗의 오랜 친구 조지(데니스 호퍼)는 "늙는 걸 걱정 말고 어떻게 하면 성숙할까 걱정하라"고 말한다. 어린 연인 앞에 조급증이 발동한 데이빗에게 던지는 충고다. 데이빗도 안다. '애들과 축구를 한다고 애들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나 수많은 잠언과 주변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성의 궤도를 곧잘 벗어나는 동물이 인간 아닌가. 오십줄에 들어선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에 서투르고 이기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데이빗의 모습은 흔들리는 감정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뭇 인간의 심성을 대변한다.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로 중년 남자의 감정의 파고를 충실히 담아낸 벤 킹슬리의 연기는 명불허전. 스페인 여성 감독 이사벨 코이셋이 연출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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