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금융공학의 결정체인 파생상품이 부른 금융위기가 '디지털'이라면, 그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고통은 철저히 '아날로그'다. 따라서 사람들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방법도 '구식'일 수밖에 없다. 요즘 보험업계가 편리한 이메일, 문자메시지(SMS)를 놔두고 자필편지 쓰기에 열중하는 이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약 2만여명의 대한생명 보험설계사(FP)들은 매일 아침8시30분 연필을 들고 편지지 앞에 앉는다. 최소 하루 한명의 고객에게 자필로 편지를 써 보내는 '감사의 편지 쓰기'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가입 고객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내자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가 주 내용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경기 침체 탓에 미래에 대한 꿈을 접고 보험을 해약하는 고객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런 고객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올 들어 매일 감사편지 쓰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도 이수창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아침업무 시작 전 1명의 고객에게 자필로 감사편지를 쓰고 있다. 이 제도가 시작된 200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200만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교보생명 역시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암 진단 환자에게 보험금 수령 여부 확인과 함께 쾌유를 기원하는 자필편지를 발송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암 선고까지 받아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객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보험금 심사팀에 근무하는 42명의 직원들이 지금까지 보낸 편지는 모두 5,000여 통. 1인당 100통 넘게 쓴 셈이다. 다른 임직원들도 작년 9월 이후 27만여통의 감사편지를 보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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