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던 이정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마침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단, 정부가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공공기관장이 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조건부 사퇴'의향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이사장은 1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유가 내가 물러나지 않고있기 때문이란 얘기를 많이 들어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사퇴압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최종 해제 결정이 나면 사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1월29일 '독점적 사업에 따른 이익이 총 수입액의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거래소를 공공기관의 한 유형인 '준정부기관'으로 지정, 감사원의 감사와 정부의 예산통제 등을 받도록 했다. 거래소는 그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발해왔다.
이 이사장은 "현재 국회에서 검토중인 복수거래소 허용방안이 4월께 통과되면 공공기관 지정 사유가 해소된다"며 "그렇게 되면 예상보다 빨리 거래소가 다시 민영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공모제 인선을 통해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지만,
그 동안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이 이사장의 이날 조건부 사퇴발언을 놓고, 그의 거취와 거래소 공공기관지정 문제를 연계 처리하는 '빅딜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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