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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뜨는 일본 농촌/ 젊은이들 '기업형 농업'에 관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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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뜨는 일본 농촌/ 젊은이들 '기업형 농업'에 관심 급증

입력
2009.03.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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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9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산반초(三番町) 아미타 지속가능경제연구소. 85명의 인력을 농촌에 단기로 파견하는 '농촌 일꾼' 사업 설명회에 2,000명 가까운 취업 희망자가 몰려들었다. 이 중 절반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었다.

'농촌 일꾼' 사업은 농어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 농림수산성이 지난해 도입한 농어촌 지원 시범 사업. 일손이 필요한 농어촌과 취업 희망자를 연결하는 사업 자체는 비영리(NPO)법인이나 대학, 농협 등이 실시하지만 정부는 비용의 절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만 21억엔(303억원)이다. 향후 5년 간 계속해 새로운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농촌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불황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농어촌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가 농촌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 내 농지는 470만㏊, 농가 285만호에 농업종사자는 335만명 수준이다. 농지도 감소 추세이지만 20년 동안 농가는 30%, 농업인구는 40%가 줄었다. 게다가 농업인구의 60%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농가 1호당 경지면적 1.8㏊ 수준(2005년)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일본 정부는 전문 농업경영인의 대규모 영농이 가능토록 하는 농지 활용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 핵심이 농림수산성이 국회 제출을 준비 중인 농지법 개정안이다.

현재는 대규모 영농을 목적으로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려고 해도 농지법상 어렵기 때문에 '소유'와 '이용'을 분리해 농지를 빌리기 쉬운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 농지의 임대나 매매도 지원할 방침이다.

농림수산성이 또 하나 초점을 두는 것은 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수요에 맞춰 경작지를 제한했던 '생산조정'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40년 전부터 유지하고 있는 이 정책을 위해 일본 정부는 해마다 보조금으로 2,000억엔을 쓰고 있다. 비용 절감이나 생산 확대 등의 동기를 부여하고 생산 의지가 있으면 자유롭게 쌀 재배를 할 수 있도록 해 현재 40%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농촌의 경쟁력 또한 높이겠다는 발상이다.

농산물 생산에만 그치지 말고 이를 가공해 상품으로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체제를 구축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농림수산업(1차) 제조업(2차) 판매업(3차)을 모두 해내는 새로운 농업은 '6차 산업'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민간 연구기관 일본종합연구소는 기업과 농업생산자, 농협 등이 연계해 농산물 시장 개척, 환경보전형 농업 등을 추진하는 '차세대 농업 컨소시엄'을 최근 설립했다. 유통ㆍ식품업계 대기업과 상사 등 10개 회사가 참가해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후쿠오카(福岡)현의 농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 현과 농협 등이 공동 출자해 만든 후쿠오카농산물통상의 와타나베 히로시(渡邊宏) 사장은 "고품질 과일류 수출을 늘려가면서 일본 농업의 가능성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 후쿠오카 30대 농업인 히구치씨

"후계자 없는 농가가 많습니다. 이대로라면 20~30년 후 일본 농업이 걱정입니다. 농사 짓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16일 일본 남부 후쿠오카(福岡)현 야메(八女)시의 한 딸기 재배 농가. 2,300㎡ 넓이의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이 지역 특산 딸기 '아마오우(甘王)'를 재배하는 젊은 농사꾼 히구치 겐지(樋口賢治ㆍ31ㆍ사진)씨는 지금 일본 농업에 활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야메의 토박이 농가에서 태어나 농업전문학교를 마친 그는 졸업 후 2년 동안 지역 농업법인에 취직해 실제 농사는 물론 농업 경영을 맛봤다. 집으로 돌아와 6년째 아버지를 도와 집안 농사를 해오고 있지만 대규모 농업법인에서 일한 경험,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인간관계가 지금도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히구치씨는 그래서 일본 농촌이 지금보다 더 농업법인화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시작이 어렵습니다. 농업법인이 많이 생기면 이런 사람들의 출발이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부모와 히구치씨 내외 등 4인 가족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딸기 외에 쌀과 대두. 재배 면적이 각각 3만㎡다. 이중 후카오카현이 개발해 2000년대 초 보급한 딸기 아마오우는 알이 크고 달아 최근 불황에도 가격에 변함이 없는 효자 작물이다. 선 채로 작업이 가능토록 재배 위치를 높인 '고설(高設) 재배대' 설치도 현에서 절반을 보조 받았다. 경쟁력 있는 농산물 생산은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게 후쿠오카의 정책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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