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지금 심각한 계급투쟁 단계에 직면해 있다. 투쟁은 사르코지의 개혁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
프랑스의 대형 광고업체 퍼블리시스그룹의 모리스 레비 대표는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한 프랑스의 내부 갈등을 심각하게 진단했다. 레비는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프랑스 국민은 정말 화가 나있다. 정부가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예산이 거덜날 정도로 은행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작 중산층과 서민의 소비 촉진을 위한 임금인상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지급, 부유층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가 최근 잇따라 발표되면서 파업은 계급투쟁 양상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분노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주간지 파리마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이번 파업이 정당하다"며 적극 옹호했다. 프랑스 시청각위원회(CSA) 스테판 로제 대표는 "파업을 통해 사르코지에 대한 반대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극좌파인 '반자본주의 연대' 올리비에 브장스노 대표가 가장 신뢰 받는 대통령감으로 뽑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세금감면과 정부조직 축소, 임금인상 억제 등을 개혁 정책으로 내세웠다. 로제는 "이 같은 정책은 효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인식만 심어줬고 '사르코지는 부유층의 친구'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부유층은 살리면서 노동자는 해고하고 임금인상은 억제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비는 "정부와 노동자, 사용자간 타협안이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노동자 계급의 승리나 패배 개념으로만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사그룹의 클로드 베베아르 대표도 "프랑스는 지금 자신들의 세력 강화를 위해 투쟁하는 극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노동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8개 산별 노동단체가 참여해 19일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과 개혁정책에 항의하는 2차 연대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공부문 위주로 100만 명이 참여했던 1월 29일 1차 총파업 때보다 규모가 더 큰데다, 대학개혁 방침에 반발하는 대학생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고 경기부양 예산을 구매력을 높이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