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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성적 원자료 공개 방침 파장/ '고교 서열화'…평준화 뿌리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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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성적 원자료 공개 방침 파장/ '고교 서열화'…평준화 뿌리째 흔들

입력
2009.03.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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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은 1993년 수능 시행이후 원자료가 전면 공개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특히 2013년으로 예고된 '대입 완전 자율화'와 맞물려 수능 원자료가 일반에 노출될 경우 '3불(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움직임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수능 원자료 비공개 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왔다. 성적 비교에 따른 학교간 과다 경쟁, 사교육비 증가 등 초ㆍ중등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40년 가까이 고교 교육의 근간을 이뤄왔던 평준화 체제를 뒤흔들 지도 모른다는 정책적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교과부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인천대 교수 시절 제기한 원점수 공개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한 뒤에도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며 공개 불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완강하던 정부의 입장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지난해 9월. 안병만 장관은 국회에서"수능성적 원자료를 제출할 수 있겠느냐"는 조 의원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내부 협의도 없이 장관의 말 한 마디에 그 동안 고수해오던 원칙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교과부가 이날 공개 범위에 일정 부분 제한을 두기로 한 것도"원칙없는 말 바꾸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한 때문이다. 교과부는 수험생 이름, 수험번호 등 개인정보와 학교명을 노출하지 않고 일련번호 등을 이용, 무작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 실장은 "공개 자료는 연구목적으로 한정되고 열람만 가능해 특정학교나 지역별 서열화 내용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 가령 서울 A구와 B구의 전체적인 학력차이만 드러날 뿐 해당 지역이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단 원자료 공개의 금기를 깬 이상 학교별 성적 격차를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당시에도 시군구별 자료만 제출됐지만 결국 지역별 학력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기 지역의 학교별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있는 학원 등 사교육 업체가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학교 형태, 학생 수 등과 대조하는 약간의 수고만 들인다면 해당 학교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학교정보공개법 시행으로 누구나 학교 단위까지 기본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성급한 정보 공개가 서열화 구조만 고착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3불 폐지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대학들이 드러난 학력 정보를 고교등급제 실시의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수능 원자료 공개는 과거와 달리 정부의 공식 자료에 의한 '낙인'이라는 점에서 학교들의 점수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학교별 격차를 알아야 지원할 수 있다는 교과부 논리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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