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자니 홈팀 미국이 껄끄럽고, '허허실실 작전'으로 가자니 무시할 수 없는 한.일 감정이 마음에 걸린다.
2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고민에 빠졌다. 19일(이하 한국시간) 2조 1,2위팀이 결정되면서 한국은 20일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 따라 베네수엘라 또는 미국과 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한국이 일본을 이기고 조 1위로 통과하면 2조 2위인 미국과 23일 오전 9시에 격돌하고, 패하면 2조 1위인 베네수엘라와 22일 오전 10시에 맞붙는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베네수엘라가 한 수 위다. 베네수엘라는 한국과 일본처럼 미국과 세 번 맞붙어 2승1패로 앞서고 있다. 마운드에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카를로스 실바(이상 시애틀)가 버티고 있고, 뉴욕 메츠의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뒷문을 지키고 있다.
또 미겔 카브레라와 카를로스 기옌(이상 디트로이트) 세자르 이즈투리스(볼티모어) 등 메이저리그 강타자들도 즐비하다. 베네수엘라를 생각하면 앞뒤 생각할 것 없이 전력 투구를 하는 게 맞다.
반면 미국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수비와 마운드에서도 허술한 구석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 치퍼 존스(애틀랜타)와 케빈 유킬리스(보스턴)의 부상도 한국 대표팀엔 호재다.
그러나 미국은 홈팀이라는 최고의 이점이 있다. 일방적은 응원에다 만에 하나 홈 텃세라도 나온다면 한국은 큰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차라리 조 2위로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본엔 질 수 없다는 게 국민 감정. 하지만 준결승과 결승전을 감안하면 기용 가능한 투수 자원을 모두 일본전에 투입해 총력전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김인식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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