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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 원자료 공개, 부작용 차단 장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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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 원자료 공개, 부작용 차단 장치부터

입력
2009.03.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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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자료가 16개 시ㆍ도, 230여개 시ㆍ군ㆍ구 단위로 공개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요구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의 열람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단, 수험생 개인정보나 학교명은 밝히지 않고, 분석ㆍ가공한 자료만 외부로 가져갈 수 있으며, 제공 자료는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교과부는 그 동안 수능 성적 원자료 공개에 따른 파장과 부작용을 우려해 공개를 꺼려 왔다. 조 의원이 제기한 정보공개소송 1, 2심에서 패한 뒤 대법원에 낸 상고 이유서에서도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전국 학교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 경쟁, 교육 과정 파행 운영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교과부는 학교명을 가리고 공개할 방침이지만 시ㆍ도, 시ㆍ군ㆍ구 단위로 공개하더라도 국공립ㆍ사립 등 학교 형태, 전체 학생수 등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살피면 어떤 학교의 정보인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되면 지역ㆍ고교 간 실력차가 드러나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빌미로 고교평준화 해체나 3불 정책 중 고교등급제 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능 성적 원자료가 그야말로 순수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된다면 공교육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자료 유출이나 고교 서열화 등 부작용과 문제점이 불거지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세우고 기피 학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한 뒤라야 한다.

정보공개소송 1, 2심에서 승소한 현역 국회의원의 거듭된 요구를 정부가 무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대법원 선고가 나기도 전에 기존 입장을 바꿔, 연구보다는 자기 홍보가 우선인 정치인에게 수능 성적 원자료를 넘기기로 한 결정은 섣불렀다. 만에 하나 조 의원에게 넘어간 자료가 재가공돼 고교별 성적이 드러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과부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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