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왔다.
15일 예멘 시밤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희생된 관광객의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가 탄 차량에 또 테러가 시도된 것은 18일 오전 8시40분께(현지시간). 1차 테러 직후인 17일 현지에 도착했던 유족들은 이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해 서울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예멘 수도 사나 시내의 숙소 샤흐란 호텔에서 경찰 차량을 선두로 2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사나 공항을 향해 가던 중 일이 터졌다. 한국인들이 탄 차량은 태극기도 달지 않은 평범한 지프형이어서 누가 탔는지 알 수 없었고, 다만 예멘 경찰이 선도한다는 점만 특이했다.
그런데 공항을 10㎞ 정도 남겨둔 지점에 이르러 차량이 밀리자 속도를 줄이던 도중 도로 중앙에서 누군가 튀어 나와 차량 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경찰차와 바로 다음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쾅' 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차량에는 운전사와 정부 신속대응팀장인 이기철 외교통상부 심의관, 예멘 주재 대사관 직원, 여행사 사장 등 4명이, 그 뒷차량에는 유족 3명과 외교부 직원 한 명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폭발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팀장이 탄 차량 유리창이 박살 나고 운전자쪽 범퍼가 찌그러진 정도였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도 처음에는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로켓포 공격으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한다"며 "나중에 차량에 혈흔과 살점이 묻어 있는 것으로 봐서 자살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추정했다"고 전했다.
독일 dpa통신은 사건 직후 "테러범이 차량 행렬이 통과하고 몇 초 정도 지난 뒤 폭발물 벨트의 스위치를 누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5일에 이어 한국인들이 두 번째 자살 폭탄 테러를 당했음에도 간발의 차이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예멘 포스트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알 카에다 조직원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 차량은 계속 공항으로 이동했고, 유족과 외교통상부 직원 1명 등은 오전 10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서울로 출발했다.
정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