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bus)데이 캠페인의 하나로 17일 몇몇 버스에 반짝 안내양이 부활했다. 서울에서 안내양이 사라진 지 20년 만이다. 중학교 때만 해도 등하굣길을 늘 안내양과 함께했다. 버스는 초만원이었다. 승차 정원이 있었을 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한손엔 가방을 한손엔 단어장을 들고 있다 밀리는 바람에 유리창에 얼굴이 눌린 채 질질 짜던 남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때가 엊그제 같다.
우르르 몰려든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버스 안으로 밀어넣는 기술만 봐도 안내양이 신참인지 고참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출발하는 버스에 가볍게 뛰어오르면서 외치던 "오라이~"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승객들에게 밀려 버스를 타지 못한 내 또래의 안내양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야 안내양이 타지 못했다는 걸 알아챈 적도 있었다.
버스를 놓친 안내양이 택시를 타고 버스를 따라잡을 때까지 버스 문간에 섰던 남학생 하나가 잠깐 안내양 역할을 맡기도 했다. 얼마나 능청스러웠던지 "오라이~"라는 말을 안내양만큼이나 잘해서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대부분 십대였고 많아야 이십대 초반이었던 안내양들, 한창 공부할 나이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었던 그들을 생각하면 옛 추억이라고 마냥 흐뭇해질 수만은 없다.
소설가 하성란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