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의 싱글벙글쇼에서 '일톤 트럭 나의 창업 도전기'라는 수기를 공모했다. 당선자에게는 선물로 일톤 트럭이 주어진다. 편지글 서너 장에 다 담기에는 부족할 만큼 사연들은 구구절절했다. 생전 처음 글을 써본 듯한 이들도 많았다. 끝날 듯하면 다시 새로운 사연들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한 문장이 한 페이지 분량으로 길어졌다. 정말 불운과 불행은 끝나지 못하는 문장처럼 자꾸 겹쳐져 글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커졌다.
심사를 했다는 인연으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트럭을 후원한 기아자동차의 담당자를 보는 순간 당선자는 큰오빠라도 만난 듯 울컥했다. 2년 전 남편을 병으로 잃고 아들, 딸 두 아이와 살아간다고 했다. 검고 긴 머리채가 인상적인 젊은 엄마였다. 다행히도 남편의 권유로 1종 면허도 따두었다. 트럭으로 아침에는 죽을 저녁에는 자장을 볶아 팔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당선자의 글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는 부분에서는 스튜디오 안팎의 사람들이 울먹였다. 그녀는 아직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아이들에게는 남발하는 그 말을 부모님이나 남편에게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아끼고 아꼈다가 언제 하려고 했던 것인지, 어쩌면 나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숙맥은 아닐까.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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